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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엔화 강세(엔고) 기대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달러 대비 엔화 약세 방향으로 환율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기에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적극 재정’ 기조에 대한 경계감이 겹치며 엔화 매도세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0일 전했다.
달러·엔 환율은 10월 한 달간 7엔 이상 하락하며, 엔화 가치는 4% 넘게 떨어졌다.
11월 들어서도 하락세는 이어져 4일에는 1달러당 154엔대 중반까지 내려가며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153엔대를 유지하며 엔화 약세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5년 말 환율 전망을 기존 142엔에서 156엔으로, 2026년 3월 말 전망을 139엔에서 152엔으로 각각 엔화 약세 방향으로 수정했다.
같은 날 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 주요 은행들도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최근 열린 일본은행(8301 JP)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BOJ는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현재로서는 금리 인상 시기를 예단하지 않는다”며 “내년 봄 춘투(노사 임금협상)의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조기 금리 인상 기대를 크게 낮추며 엔화 매도세를 자극했다.
OIS(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왑) 시장에서도 12월 금리 인상 확률은 7일 기준 57% 수준으로, 시장이 여전히 인상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스즈키 히로시 수석 전략가는 “엔화를 적극적으로 매수하기에는 명확한 인상 시그널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정치적 요인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다카이치 정권은 ‘책임감 있는 적극 재정’을 내세우며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 중이다.
물가 상승 대응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재정 지출 확대는 엔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쓰비시UFJ은행의 이노 테츠헤이 수석 애널리스트는 “추경 규모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 한 시장의 재정 불안 심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만큼 엔화 매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제재정자문회의 민간 위원에 ‘리플레파(통화완화론자)’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점도 시장의 불안을 키운다.
JP모건체이스의 다나세 준야 수석 전략가는 “다카이치 정권 출범 후 엔화 매도 반응이 예상보다 강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금리 인하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일·미 금리 차는 점차 축소될 전망이다.
이론적으로는 엔화 강세로 이어져야 하지만, 시장은 다른 재료에 주목하고 있다.스즈키 전략가는 “현재 환율은 금리 차보다 정치와 재정 정책 등 ‘정국 요인’에 더 크게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 조정 국면에서 엔화 강세 전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씨티그룹증권 다카시마 오사무 전략가는 “일본 증시가 고평가 조정으로 하락세를 보일 경우, 자금이 다시 엔화로 돌아올 수 있다”며 “2025년 말에는 1달러=147엔 수준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0월 31일 기준 닛케이 명목실효환율(2020년=100)은 71.4로, 2024년 7월 환율 개입 시점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엔화 매도가 과열될 경우, 일본 재무성이 환율 안정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시장에서 점차 의식되고 있다.
10일 예정된 일본은행 나카가와 준코 심의위원의 강연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가늠할 주요 이벤트로 주목받고 있다.
“금리 인상은 멀고, 재정 확장은 가깝다.” 시장은 이제 ‘엔고’보다 ‘엔저(円安)’의 장기화를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알파경제 우소연 특파원(wsy0327@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