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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혼다) |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혼다가 한국 배터리 대기업 LG에너지솔루션과 설립한 미국 합작 배터리회사로부터 공장 건물 등 주요 자산을 약 4조2000억원(약 4500억엔)에 매입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6일 전했다.
북미 전기차(EV)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투자였지만, 최근 EV 수요 둔화로 손실 확대 우려가 커지자 하이브리드차(HV)용 배터리 생산으로 일부 전환하는 방향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혼다는 2022년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미국 오하이오주에 EV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총 투자액은 44억달러(약 6800억엔)로, 혼다 전용 EV 배터리 공장으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EV 수요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되자 혼다는 당초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합작회사의 지분율은 LG에너지솔루션이 51%, 혼다가 49%로 LG 측이 과반을 보유하고 있다. 혼다가 공장 건물을 직접 매입하면 생산 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혼다 관계자는 “공장을 보다 주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혼다는 EV 배터리 생산을 지속하는 한편, 일부 설비를 수요가 견조한 HV용 배터리나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이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40기가와트시(GWh)로, 약 50만 대 규모의 EV에 탑재할 수 있는 물량이다.
혼다는 일본 자동차 업체 가운데 비교적 이른 시점에 2040년 ‘탈(脫) 가솔린’을 선언하고, 북미 전동화 시장 공략을 위해 세계 배터리 시장 3위인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았다.
하지만, EV 수요 둔화라는 변수가 발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부터 본격 출범하면서 EV 보급 정책을 잇달아 철회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혼다는 올해 5월, 2030년 연간 EV 생산 목표 200만 대를 공식 철회하고, 대신 하이브리드차 확대 전략으로 선회했다.
2027년부터 4년간 글로벌 시장에 13종의 HV 모델을 투입해, 2030년 판매량을 2025년 계획 대비 2.2배인 220만 대로 늘릴 방침이다.
전략 수정으로 합작 배터리 공장이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이 커지자, 혼다는 자산 인수를 통한 구조 재편에 나섰다.
공장 건물을 확보하면 향후 20~30년에 걸쳐 북미용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고, 정책·규제 변화에 따라 EV와 HV 배터리 생산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혼다는 HV 배터리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오는 2029년까지 북미 시장에 대형 SUV 하이브리드 모델을 투입할 계획인 만큼, 미국 내 배터리 현지 조달이 가능해지면 관세 리스크 완화 효과도 기대된다.
향후 관건은 캐나다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배터리 공장 계획이다. 혼다는 약 150억 캐나다달러(약 1조7000억엔)를 투입해 캐나다에 EV 및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5월 가동 시점을 2030년 이후로 연기했다.
전동화·소프트웨어 분야 투자 계획도 2030년까지 10조엔에서 7조엔으로 축소했다. 캐나다 배터리 공장은 혼다 EV 전략의 핵심으로, 만약 이 계획마저 철회될 경우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V 투자 부담도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혼다는 2025년 4~9월 자동차 사업에서 730억엔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2580억엔 흑자에서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미국 포드자동차 역시 EV 주력 모델 철수 등으로 약 3조엔의 비용을 반영했다.
업계에서는 EV 리스크를 어디까지 억제하면서 미래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공통 과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혼다의 이번 결정은 공격적 전동화 전략에서 현실적인 ‘선별 투자’로 방향을 조정한 사례로 평가된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알파경제 우소연 특파원(wsy0327@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