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개인투자자 세대교체, 주식시장 판도 바꾼다

글로벌비즈 / 우소연 특파원 / 2025-12-31 10:37:28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격동의 2025년 일본 주식시장이 30일 막을 내리면서 역사적 변화의 신호탄이 감지되고 있다.

 

닛케이 평균주가가 사상 처음 5만엔대를 돌파한 가운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을 외면해왔던 개인투자자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31일 전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자산형성을 모색하는 젊은층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개인투자자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러한 변화가 향후 일본 주식시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이타마현 거주 회사원 A씨(35세)는 "빨리 사는 편이 유리하다"며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 계좌를 통해 2026년 투자분을 연초에 일괄 구매하는 설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증권의 '보너스 설정' 기능을 활용해 120만엔의 적립투자 한도를 포함한 연간 상한 360만엔을 1월 중 거의 모두 채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A씨가 투자를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이다. '레이와의 블랙먼데이'(2024년 8월), '트럼프 관세 쇼크'(2025년 4월) 등으로 매년 급락 장면이 있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2022년을 제외하고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은 두 자릿수 상승률이 지속되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성공 경험이 축적되고 있다.

증권보관이체기구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월 신NISA 개시 이후 20대 주주는 35% 증가했으며, 20세 미만과 30대도 각각 20% 이상 늘어났다. 

 

이는 40대 이후의 10%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운용 성과 역시 젊은 세대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쓰이증권의 마스다 유스케 마케팅부장은 "상승장에 익숙해진 사람일수록 순조롭게 일본 주식을 매수해 자산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베노믹스 이후(2013~2019년)나 코로나 이후(2020년~) 계좌를 개설한 고객의 올해 운용 성과는 리먼쇼크 이전 세대보다 40% 정도 우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버블 붕괴나 금융위기를 경험한 기성세대는 장기 주식 약세의 쓰라린 기억으로 주가 상승 시 조기 매도하는 투자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박스권 장세에서는 합리적이었던 역장 전략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명목 성장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환경에서는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구조로의 전환과 함께 장기 자산형성 수단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도쿄 거주 20대 남성 B씨는 2년 전 딸이 태어난 것을 계기로 NISA 계좌를 개설하고 일본 개별주식과 미국 주식 투자신탁에 투자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장래 딸의 진학비용이나 유학비에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자드재팬에셋매니지먼트의 후쿠다 토모미 일본주식 운용담당자는 비상근 강사로 가르치는 20세 전후 대학생들의 투자 의식에 놀라움을 표했다. 

 

수강생의 80%가 투자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금융 소양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식은 오르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학생은 "동아리 활동이 바빠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해 젊은층의 투자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줬다.

도쿄증권거래소 통계상으로는 개인투자자가 올해 일본 주식을 3조엔 순매도해 주가 상승기 매도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세대교체의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닛케이 평균이 최고치를 기록한 10월, 인터넷증권 5사를 통한 NISA 계좌의 주식 매입금액은 3036억엔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배 급증했다. 

 

관세 쇼크로 시세가 하락한 4월에도 대량 매수가 이뤄졌으며, 상승세에서도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시장 전체 매매대금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11월까지 6개월 평균 29%로 2014년 이래 최고 수준을 회복했다. 우정민영화 시세인 2005년이나 아베 시세인 2013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개인 자금의 존재감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움직임은 전문투자자들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올해 화제를 모은 이온 주식은 10월부터 급등해 연간 주가가 2배가 됐다. 

 

우대혜택을 노리는 개인 주주 비율이 30%로 높은 반면, 애널리스트 평가는 낮고 기관투자자 보유는 적었던 종목이다.

미즈호증권의 이시카와 마리코 기관투자자 영업부장은 "개인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인터넷 게시판을 보는 기관투자자도 있다"고 전했다. 

 

중소형주나 신흥주에서 자주 볼 수 있던 현상이 대형주에서도 가격 변동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정년퇴직을 맞은 도카이도쿄인텔리전스랩의 스즈키 세이이치 수석 이퀴티마켓 애널리스트는 37년간의 증권업계 경력을 되돌아보며 "개인이 판매자에서 구매자로 변해온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개인투자자 변화를 견인한 인플레이션은 인구 감소라는 공급 제약 요인도 크게 작용해 디플레이션으로의 역회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의 장기투자는 일본 주식의 수급 구조를 크게 바꾸는 핵심 테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알파경제 우소연 특파원(wsy0327@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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