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관 고유 권한인 직권조사 유기…내부에서도 "날짜 확인은 기본 의무"
국회 해명엔 "확인 필요 없었다"…법조계 "절차상 중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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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최후의 보루인 노동위원회가 사측에서 제출한 훼손된 증거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사건을 각하 처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구제 신청 요건을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필수적인 징계 처분 날짜조차 교차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노동위원회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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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측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징계기록. (사진=효성중공업 해고 노동자 제공) |
◇ 검은색으로 덧칠된 증거…노동위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인용
10일 알파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공익신고자이자 내부고발자인 효성중공업 해고 노동자 A씨의 사건 발단은 사측(효성)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징계 기록에서 비롯됐다.
A씨는 “사측은 징계 기록의 날짜와 사유 등 사건의 핵심 정보들을 검게 지운 채 노동위에 제출했다”며 “제가 보유한 원본 기록에는 사측의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건을 담당한 서울지방노동위 조사관은 원본 대조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추가 절차를 밟지 않았다.
효성 측은 징계 효력이 사건 발생 연도의 10월 22일부터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해당 가림 처리된 기록을 증거로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근거로 서울지방노동위는 구제 신청 제척기간(3개월)이 지났다고 판단해 사건을 각하했다.
하지만 A씨가 실제로 확정된 징계 사항을 통보받은 시점은 그해 12월이었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징계 시점은 구제 신청이 가능한 제척기간 내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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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명백한 직권조사 대상인데...지노위의 석연치 않은 엇갈린 해명
노동위원회법 제23조 및 노동위원회 규칙 제46조에 따르면 조사관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경우 직권으로 조사할 권한과 의무를 가진다.
특히 구제 신청의 적법성을 따지는 징계 처분 일자 확인은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 조사관이 가장 먼저 거쳐야 하는 기본 필수 사항인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소속 한 조사관은 알파경제에 “징계 날짜 확인은 매뉴얼로 통일되어 있는 최우선 확인 절차”라며 “사측이 제출한 자료의 핵심 내용이 가려져 있다면 조사관은 무조건 원본 등과 대조해 재확인해야 한다”고 귀뜸했다.
그럼에도 서울지방노동위는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징계 기록 외의 다른 증거들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했기에 굳이 징계 대장 원본을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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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노위 판정서 16페이지, 해고 노동자는 2014년 10월 22일 정직 처분 없었으며, 이 기간 계속 근무 및 월급 지급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효성 해고 노동자 제공) |
앞서 A씨에게 서면으로 “제척기간이 도과해 구제 신청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징계의 정당성을 더 살펴볼 필요가 없었다”고 통보했던 것과 모순되는 태도다.
각하의 결정적 근거가 된 제척기간 기산일에 대한 조작 의혹과 검증 누락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교묘히 피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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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결과만 맞으면 절차는 무시해도 되나…법조계 명백한 재심 취소 사유
A씨는 “노동위원회는 노동자가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유일한 준사법적 국가 기관인데 공무원들이 밀실에서 사측의 편의를 봐주며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며 “제2 제3의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성토했다.
법조계 역시 노동위원회의 안일한 행정을 강하게 비판하며 행정 절차상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근 변호사는 “제출된 증거의 진위나 주요 사실관계가 일부 가려져 불분명한 상황에서 조사관이 필수적인 직권조사를 누락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 하자”라며 “핵심 쟁점인 처분 일자를 사측의 일방적 주장과 훼손된 증거에만 의존해 제척기간 도과로 각하 처분한 것이라면, 이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이나 행정 소송을 통해 해당 판정이 취소될 수 있는 명백하고 충분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알파경제 김영택 기자(sitory0103@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