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내부통제_우리]②'사고은폐 의혹' 임종룡 셀프 연임, 책임의 문제인가 구조의 문제인가

파이낸스 / 김종효 기자 / 2025-12-24 13:51:47
부당대출 인지 후 5개월간 금융감독원 보고 은폐(?) 의혹
우리금융 ‘기형적’ 이사회 구조…회장 원톱 체제 굳어져
“잇단 금융사고에도 연임 확정될 경우 내부통제 실패 책임 원칙 무력화”

최근 발생하고 있는 대형 금융사고와 반복되는 위법 행위는 내부통제 시스템의 심각한 허점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권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 약화, 느슨한 조직문화, 그리고 준법감시 체계의 미흡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금융사의 내부통제 부실을 심화시키고 있다. <알파경제>는 국내 주요 금융사를 대상 ‘과거 겪었던 내부통제 실패 사례’를 중심으로 무엇이 반복되고 있는지, 왜 문제가 되풀이 되는지 등을 구조적으로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연중 기획기사를 준비하게 됐다. [편집자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종효 기자] 우리금융그룹의 내부통제 실패는 경영 책임과 거버넌스 구조 전반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임종룡 회장의 연임을 둘러싼 논란은 “성과를 이유로 임기를 이어갈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넘어, “내부통제 실패가 발생한 경영진에게 어디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라는 금융권 전체의 기준을 시험하는 사안이 됐다.


임 회장은 지난 2023년 3월 취임 당시 ‘내부통제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대출 사례를 들여다보면, 통계는 오히려 그 반대편을 가리킨다.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730억 원 가운데 451억 원, 즉 60% 이상이 임 회장 취임 이후 발생했다.

전체 부당대출 2,334억 원 중에서도 987억 원이 현 경영진 임기 중 집행됐고, 이 중 4분의 3 이상이 부실로 전환됐다. 내부통제 강화가 선언에 그쳤고, 실제 위험 차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 부당대출 인지 후 5개월간 금융감독원 보고 은폐(?) 의혹

문제는 사고의 발생 시점만이 아니었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해당 부당대출을 인지한 이후에도 금융감독원에 약 5개월간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감독당국의 검사와 수사 착수가 지연됐고, 금융당국은 “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았다”며 관리 책임을 명확히 지적했다.

강관우 전 모건스탠리 이사 겸 더프레미어 대표이사는 알파경제에 “내부통제의 핵심은 사고 발생 이후의 수습이 아니라, 문제가 확인됐을 때 얼마나 신속하고 투명하게 보고·차단하느냐에 있는데, 이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거진 임 회장의 연임 논란은 ‘셀프 연임’이라는 또 다른 쟁점을 낳고 있다. 현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7명 중 6명이 임 회장 재임 기간 중 선임된 인사들이다.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비중도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외형상 절차는 갖췄지만, 실질적으로는 현직 회장에게 유리한 참호가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임 직후 도입된 승계 프로그램 역시 내부 후보군 관리라는 명분과 달리, 외부 인사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회장(가운데)이 지난 6일 유니버설뱅킹 신규 가입자 100만명 돌파를 기념해 직원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우리금융 ‘기형적’ 이사회 구조…회장 원톱 체제 굳어져

이 같은 거버넌스 논란은 우리금융의 이사회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은행장을 이사회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회장 1인만 사내이사로 두고 있다. 내부통제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는 권한이 회장에게 집중되는 ‘원톱 체제’가 굳어졌다는 비판이 따른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견제 장치를 줄이는 방식으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형식적인 의사결정 구조 역시 연임 논란을 키운 요인이다. 동양·ABL생명 인수 과정에서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가 불과 20분 간격으로 연이어 열렸고,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논의된 우려 사항이 이사회 의사결정에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다. 계약금 몰취 조항과 같은 중요 리스크 요소조차 공식 이사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이는 리스크 관리 기구가 마련되더라도, 경영 판단 앞에서는 형식적 절차로 전락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재무 건전성 관리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지적됐다.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12%를 밑돌았고, 책임준공형 사업장의 잠재 손실 위험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기에 우리금융F&I를 통한 NPL 투자 규모가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그룹 차원의 신용 리스크가 우회적으로 확대됐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규제의 문턱은 넘었지만, 위험은 그룹 내부에 쌓이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 “잇단 금융사고에도 연임 확정될 경우 내부통제 실패 책임 원칙 무력화”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임 회장의 연임이 확정될 경우,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책임 원칙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기 중 대규모 부당대출과 관리 부실이 발생했음에도 연임이 가능하다면, 향후 금융지주 경영진에게 “사고가 나도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한 금융사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권 전반의 책임 경영 기준을 흔들 수 있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치호 경제평론가 겸 행정학 박사는 “물론 우리금융 측은 실적 개선과 종합금융그룹 체제 완성, 과점주주 추천 이사 비중 감소 등을 들어 연임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이 한때 ‘임기 보장’ 쪽으로 기울었던 점도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책임 문제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임종룡 회장의 연임 논란은 결국 한 개인의 거취를 넘어선 문제로 귀결된다. 내부통제 실패가 반복됐을 때, 금융지주 회장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리고 그 책임은 연임 심사에서 어떻게 반영돼야 하는가. 만약 이번에도 명확한 기준 없이 연임이 이뤄진다면, 이는 ‘실패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금융권에 고착화되도록 만들 것이다. 우리금융의 선택은 단순한 인사 결정이 아니라, 한국 금융 거버넌스의 신뢰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

 

알파경제 김종효 기자(kei1000@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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