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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일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체감 없는 상승’이라는 위화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는 장기 호황을 기대하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투기 과열이나 실물 괴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운용자산이 300억엔을 넘는 유명 개인투자자 cis(핸드네임)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일본 주식은 세계로부터 남겨져 있었을 뿐”이라며 “이번 최고치는 일본 기업의 실력이 아닌 인플레이션에 따른 세계 증시 상승의 반영”이라고 진단했다고 닛케이는 15일 전했다.
SNS상에서 ‘닛케이 평균을 움직이는 남자’로 불리는 그는 “지금의 상승은 버블이 아니다”라며 과열 우려에 선을 그었다.
cis는 세계 유동성이 일본 증시 상승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년 전에는 1억~2억엔 자산만 있어도 성공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50억엔이 돼야 겨우 1인분”이라며 “그만큼 돈이 넘쳐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닛케이 평균은 지난 8월 약 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9월 들어서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퇴진 선언을 계기로 3거래일 연속 최고가를 기록했다. 다만 2024년 ‘버블 붕괴 후 34년 만의 최고치’ 때와 같은 과열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ETF(상장지수펀드) 자금 유입을 주요 배경으로 꼽는다. 산가미 신이치로 BofA증권 일본 주식 세일즈 책임자는 “글로벌 인덱스 운용이 확대되면서 일본 주식에도 기계적인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다”며 “이런 자금 유입이 ‘열기 없는 랠리’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연기금의 관심도 늘고 있다. 티로우프라이스재팬의 와타나베 히로시 이사는 “2월 이후 해외 연금기금과 일본 주식 운용을 논의하는 기회가 많아졌다”며 “TOPIX와 닛케이 지수 차이부터 설명해야 할 정도로 초보 투자자의 유입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반면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경계심을 드러낸다. 사와카미투신은 지난 4월 전국지 전면광고에서 “현금 비중을 높이고, 급락 시 매수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사와카미 류 사장은 “리먼 쇼크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주가 수준은 설명하기 어렵다”며 신중론을 폈다.
높은 주가와 달리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제1생명경제연구소 후지시로 코이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서 『주가 불황』에서 “인플레이션으로 기업 수익과 주가는 부풀고 있지만, 주식을 거의 보유하지 못한 일본 가계는 오히려 취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 참여는 늘고 있다. 사이타마현의 회사원 와타나베 아이 씨는 “월급만으로는 부족하다”며 4월부터 투자에 뛰어들었다. 그는 “단기 조정은 각오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대중의 투기 열기는 버블의 전조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 일본 증시는 ‘총체적 낙관’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다양한 시각을 지닌 투자자가 존재하는 한, 이번 상승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알파경제 우소연 특파원(wsy0327@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