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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쓰비시중공업) |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미쓰비시 중공업이 원자력 발전소 재건축(리플레이스)을 염두에 두고 200개 이상의 부품 제조사와 조달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7일 전했다.
이는 일본내 원전 건설이 정체된 상황에서, 향후 원전 재건축에 대비해 안정적인 부품 조달망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2030년대 실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혁신형 경수로의 사양 개요를 협력업체에 제시하고, 부품 조달 가능성을 서면으로 확인하고 있다.
특히, 혁신형 경수로의 안전 밸브 등 약 150개 품목에 대해 조달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향후 신규 원전 건설 시 기존 원자로 대신 혁신형 경수로가 채택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관련 공급망을 구축하여 시장 변화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협의 대상은 원자로 용기 등 '대형 단조품'과 증기 격리 밸브 등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원전 특유의 부품 제조사들이다.
현재까지 200품목 이상의 부품류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며, 조달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향후 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부품에 대해서는 대체 공급처를 물색할 계획이다.
원전 건설은 통상 10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부품 제조 및 조달은 계획 개시 후 6~7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현재 일본 내 원전 재건축 계획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으나, 미쓰비시 중공업은 선제적인 준비를 통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본 내에는 미쓰비시 중공업을 비롯한 발전 플랜트 제조사를 중심으로 약 400개의 원전 기자재 공급업체가 존재한다.
이들 기업은 원자로 제조를 비롯한 대부분의 원전 관련 설비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 기존 원전 재가동 및 애프터서비스 수요 증가로 미쓰비시 중공업의 원자력 사업은 비교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원전 신규 건설 및 재건축이 중단되면서 관련 기술 유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2021년에는 가와사키 중공업(7012 JP)이 원전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관련 인력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원전용 탄소강 및 스테인리스 주조강을 공급하던 일본 주조강의 폐업으로 인해 해당 제품을 다른 제조사로부터 조달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또한, 일본제강소(5631 JP)로부터 공급받던 '스터드 볼트 텐셔너' 장치의 도면을 확보하여 자체 생산하는 등 공급망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으로, 기후 변화 대응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3년 COP28에서는 미국, 일본 등 22개국이 2050년까지 세계 원전 설비 용량을 2020년 대비 3배로 확대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미국 전력 대기업 컨스텔레이션 에너지는 쓰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1호기를 재가동하여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생성형 AI 확산 등으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가 원전 활용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오랫동안 원전 신규 건설에서 소외되어 왔다. 일본의 경우, 미쓰비시 중공업이 건설을 맡아 2009년 가동을 시작한 홋카이도 전력 도마리 원전 3호기가 마지막 원전 신규 건설 사례다.
반면, 원전 건설을 지속해 온 중국은 건설 기술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측면에서도 자국 내 원전 기술 확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제7차 에너지 기본 계획을 통해 폐로가 결정된 원전 부지 내에서 차세대 혁신로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원전 재건축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가운데, 원자로 제조사인 미쓰비시 중공업이 선제적으로 시장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알파경제 우소연 특파원(wsy0327@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