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의 짐작 가능한 '침묵'…보신주의에 빠진 서울시
땜질로 덮을 수 없는 신뢰의 붕괴…지위 고하 막론 엄중히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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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수도권 대중교통의 혁명이라 불리는 GTX-A 노선 개통을 앞두 고, 서울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지하 현장에서 어처구니없는 촌극이 빚어졌다.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되는 국가 핵심 인프라 공사에서 기둥 80개 중 무려 50개에 들어가야 할 주철근이 설계의 절반만 시공된 것이다.
가장 경악스러웠던 것은 '반토막 철근'이라는 물리적 결함 그 자체가 아니다. <2026년 5월 16일자 현대건설,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파문…국토부, 서울시·철도공단 긴급 감사 착수 참고기사>
사태를 빚어낸 시공사 현대건설의 처참한 내부통제 수준, 그리고 반년이나 은폐한 서울시의 파렴치한 행정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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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진=현대건설) |
◇ 도면도 못 읽는 일류 건설사?...핵심은 '내부통제 시스템'의 증발
현대건설은 문제의 원인을 현장 작업자의 '도면 오독'으로 돌렸다. 설계도면상 '투번들(two bundle)'이라는 두 줄 배근 지시를 한 줄로 잘못 읽었다는 것이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최상위권에 군림하는 대형 건설사의 해명치고 구차함을 넘어 참담할 지경이다.
동네 구멍가게 보수 공사도 아닌 메가 프로젝트에서 작업자 한 명의 실수를 걸러낼 현장 감리와 이중, 삼중의 검증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시공 오류가 아니라 현대건설의 현장 관리와 내부통제 시스템이 철저히 붕괴 됐음을 증명하는 확고한 증거다.
더욱 가관인 것은 사후 대처를 향한 그들의 안일한 인식이다. <2026년 5월 17일자 현대건설, GTX 핵심 기둥 '철근 반토막' 시공…서울시는 6개월 덮었다 참고기사>
철근이 누락된 기둥 겉면에 철판을 덧대는 보강 공사 진행을 예고하면서 "오히려 원래 설계보다 더 튼튼해진다"는 궤변을 태연하게 내뱉고 있다.
뼈대가 썩었는데 두꺼운 외투만 걸치면 건강해진다는 식의 기적의 논리다.
부실의 원인을 철저히 파헤치고 사과는커녕 땜질식 처방을 자랑거리처럼 포장하는 태도에서 시민의 생명을 대하는 기업의 무거운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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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미나이 AI 생성) |
◇ 6개월의 짐작 가능한 '침묵'…보신주의에 빠진 서울시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인 서울시의 행태는 이번 사기극의 화룡점정이다.
서울시는 무려 지난해 11월에 이 중대한 시공 결함을 인지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에 이를 공식 보고한 것은 6개월이 지난 올해 4월 말이다.
그 반년 동안 서울시는 도대체 무엇을 저울질했나. 6월 개통이라는 가시적인 성과와 지연에 따른 행정적 문책 사이에서 시민의 안전을 뒷전으로 미룬 채 '조용한 수습'을 모의한 것이 아닌지 싶다.
이는 명백한 직무 유기이며, 시공사의 치명적 과실을 덮어준 행정 권력의 침묵 카르텔이다. 서울시가 6개월간 쥐고 있던 것은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라 1400만 수도권 시민의 목숨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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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땜질로 덮을 수 없는 신뢰의 붕괴…지위 고하 막론 엄중히 책임 물어야
기둥에 철판을 덧댄다고 해서 무너진 신뢰까지 용접될 수 없다. 국토부는 외부 공인기관의 검증을 거쳐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핵심은 보강 공사의 기술적 완성도에 머물러선 안 된다.
기본적인 도면조차 현장에 적용하지 못할 만큼 망가진 현대건설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철저히 해부하고, 6개월간 밀실에서 사태를 축소하려 한 서울시의 늑장 행정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안전을 담보로 벌이는 위험한 도박에 '더 튼튼해지는 땜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책임자를 강력히 조져서 바로잡지 않는 한, 우리가 매일 오가는 지하철역은 언제든 붕괴될 수 있는 시한폭탄과 다름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알파경제 김영택 기자(sitory0103@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