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 만에 한국 외환시장 빗장 푼다...내년 하반기 목표

파이낸스 / 임유진 / 2023-02-07 14:57:21

 

사진= 연합뉴스

 

[알파경제=임유진 기자]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한국 외환시장이 70여년 만에 빗장을 풀게 된다.

7일 정부는 해외에 소재한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은행 간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의 빗장을 풀고, 개장 시간도 런던 금융시장의 마감 시간인 한국 시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외환시장은 70여년 간 큰 변화 없이 현재의 구조를 유지해왔다.

특히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트라우마로 정책 방점이 '시장 안정'에 찍히면서 외환시장 변화는 쉽지 않았다.

정부는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외환시장 구조가 자본시장, 금융산업 전반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외환시장 변화를 선택하게 됐다. 지금의 외환시장이 시장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반영됐다.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외환은 나라 안과 밖의 자본이 왕래하는 길"이라며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 년 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낡은 도로로는 그간 비약적으로 확대된 이동 수요를 감당할 수도 없고, 좁은 도로 때문에 안정성이 오히려 위협받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불편한 도로 여건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접근성이 제약받고 이로 인해 국내 시장과 산업의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는 달러·유로·엔 등 세계 주요 통화와 달리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고 국내에서만 거래할 수 있다.

또,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은 국내 은행 간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가 불가능하다.

거래시간도 한정돼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가 모두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연합뉴스


이같은 문제 의식에 맞춰 정부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기형적으로 성장해 2010년대 이후 NDF가 현물환의 거래 규모를 뛰어넘었고, NDF 시장의 투기적 거래가 환율 움직임을 주도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일평균 외환거래 규모는 NDF가 498억달러, 현물환이 351억달러로 집계됐다.

정부는 "선박 수주가 호황일 때 조선사의 막대한 선물환 매도로 원화가 절상 압력을 받고 연기금과 개인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 원화가 절하 압력을 받는 등 시장이 좁아 일부 수급 주체의 거래 방향이 환율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어 "외환보유액 증가와 민간 대외자산 확대, 외화유동성 공급망 다변화 등으로 그간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강화된 만큼, 이제는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딛고 외환시장을 개방·경쟁적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거래시간도 연장해 국내외 투자자 모두 원하는 시간에 다양한 경로로 원화를 환전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시장 자금 유입이 늘어나고 원화 표시 자산 매력도도 올라가는 한편, 국내 금융기관의 사업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방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외국 금융기관의 참여가 자유로워지면 투기성 자금 유입이 많아져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한 대응이다.

또 개장시간이 연장되면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야간시간대에는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 인가를 받은 외국 금융기관만 외환시장에 참여하도록 하고 단순 투기목적 기관의 참여는 불허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시장에 참여하는 외국 금융기관은 반드시 국내 외국환중개회사를 경유해 거래하도록 해 당국의 거래 모니터링·시장 관리 기능을 유지한다.

정부는 공론화와 법령 개정, 은행권 준비 등을 거칠 방침이다.

이번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시행 목표 시기는 내년 하반기다.

알파경제 임유진 (lyjin0305@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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