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최소 9만 건, 최대 660만 건 위반…가상자산 거래소 촘촘한 ‘규제망’ 자초

인사이드 / 김지현 기자 / 2026-05-12 12:49:27
최대 660만 건 위반…일반 금융사였다면 즉각 '면허 취소' 사안
​자율에 맡겼더니 사각지대 방치…FIU "더 이상 자정 능력 신뢰 못 해"
수수료 잔치 벌이곤 "비용 부담" 읍소…특혜 사업자 꼬리표 떼야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지현 기자] ​가상자산 업계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과잉 규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000만 원 이상의 가상자산 거래가 발생할 경우 의심거래보고(STR)를 사실상 의무화하는 조항이 거래소들의 목을 조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업계가 보여준 처참한 수준의 내부통제 부실을 고려하면 금융당국의 촘촘한 규제는 거래소들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진=연합뉴스)

◇ ​최대 660만 건 위반…일반 금융사였다면 즉각 '면허 취소' 사안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대한 종합 및 부문 검사 결과 고객확인의무(KYC)와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위반 건수는 사업자별로 최소 9만 건에서 최대 660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원 확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차명 의심 계좌나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거액의 자금 이동이 시스템의 제지 없이 그대로 통과된 사례가 수백만 건에 달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의 준법감시 담당 임원은 "일반 시중은행이나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660만 건은 커녕 6천 건의 자금세탁방지 규정 위반이 적발되었다면 해당 금융사는 천문학적인 과태료는 물론이고 경영진 징계와 즉각적인 영업 정지, 나아가 인가 취소 처분까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수백만 건의 법률 위반을 방치하고도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현 상황 자체가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그동안 엄청난 규제 특혜를 누려왔다는 얘기다. 

 

(사진=제미나이 AI 생성)


◇ ​자율에 맡겼더니 사각지대 방치…FIU "더 이상 자정 능력 신뢰 못 해"

가상자산 ​업계는 새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권고하는 '위험기반접근(RBA)' 원칙을 훼손한다고 항변한다. 거래소가 자체적인 위험 평가 모델을 통해 의심 거래를 선별해야지, 당국이 1000만 원이라는 일률적인 기준을 강제하는 것은 퇴행적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FIU 등에 따르면 그동안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자율적인 위험 평가 및 STR 보고 권한을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수조 원의 자금이 오가는 시장 규모 대비 실제 보고된 의심 거래 건수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 규제라는 명목 아래 수많은 자금세탁 의심 자금과 불법 자금이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왔다는 뜻이다. 결국 1000만 원 이상 거래에 대해 현미경 잣대를 들이대기로 한 것은, 더 이상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자체적인 자정 능력과 내부통제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다는 금융당국의 최종적인 결론이 반영된 조치로 읽힌다.


(사진=연합뉴스)


◇ ​수수료 잔치 벌이곤 "비용 부담" 읍소…특혜 사업자 꼬리표 떼야

​거래소들은 STR 보고 대상을 확대할 경우 연간 보고 건수가 500만 건 이상으로 폭증해, 인력 확충과 관련 시스템 재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소모된다면서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 금융권의 시각에서는 어불성설에 가깝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이미 매년 수백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자금세탁방지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전담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느슨한 규제 환경 속에서 천문학적인 수수료 수익을 올리면서도 정작 금융회사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통제망 구축에는 인색했던 거래소들이 이제 와서 규제 비용을 탓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사진=연합뉴스)

​결과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촘촘한 규제는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이다. 최소 9만 건에서 최대 660만 건에 달하는 막대한 규정 위반 사태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더 이상 예외 적용을 받는 특혜 사업자로 남을 수 없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최재근 J&K세무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일반 금융회사에 준하는 규제를 감당할 수 없고 촘촘한 단속이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사실상 금융당국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면서 "이제 가상자산 업계는 스스로 초래한 엄중한 규제의 무게를 견디며 뼈를 깎는 내부통제 혁신을 증명하거나,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냉혹한 심판대에 올랐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알파경제 김지현 기자(ababe1978@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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