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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켓몬) |
[알파경제=(고베)우소연 특파원] 2026년 1월 초, 나고야의 포켓몬 센터는 설날을 맞아 특별한 의상을 입은 피카츄를 보기 위한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점원의 외침과 함께 터져 나오는 카메라 셔터 소리 속에서, 사람들은 손에 쥔 굿즈를 자랑스럽게 피카츄 옆에 세우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국내외에서 모여든 이들의 얼굴에는 좋아하는 캐릭터와 함께하는 순간의 설렘이 가득했다.
이곳은 단순한 상점이 아니었다.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 현상이자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적 재산(IP), 포켓몬의 심장부였다. 2026년 2월, 탄생 30주년을 맞이하는 포켓몬의 역사는 1996년 2월 27일, 게임보이용 소프트웨어 '포켓몬스터 빨강·초록'의 출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귀여운 포켓몬들을 포획하고 육성하며, 친구와 데이터를 주고받아 교환하거나 대결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은 전 세계 어린이와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단순히 강적을 물리치는 것을 넘어, 151종의 포켓몬을 모두 모아 '포켓몬 도감'을 완성하는 수집의 재미는 컬렉터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포켓몬은 단순한 게임을 넘어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에 의하면 2025년 3월 현재, 관련 게임 소프트웨어 누적 출하량은 4억 8,900만 개를 돌파했고, 트레이딩 카드 '포켓몬 카드(포케카)'는 750억 장, 애니메이션은 1,200화를 넘어서며 1,025종의 포켓몬을 세상에 선보였다. 명실상부 세계 최강의 IP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 거대한 제국을 관리하는 곳은 저작권자인 '포켓몬' 주식회사다. 닌텐도, 게임프리크, 크리처스 세 회사가 공동 출자하여 1998년 설립된 이 회사는 포켓몬의 라이선스 및 브랜드 관리를 총괄한다.
비상장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2025년 2월 기준 매출액 4,109억 엔, 영업이익 1,007억 엔, 순이익 703억 엔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기록하며, 2016년 대비 순이익이 약 114배 증가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 IP 강국 일본, 그 중심에 선 포켓몬
"일본 콘텐츠 산업은 아직 세계에 뒤처지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종종 들려온다. 할리우드 영화나 K-POP의 세계적인 성공에 비해 일본 애니메이션의 해외 진출이 더디다는 탄식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현장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평가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PwC 컨설팅의 이와사키 아키히코 디렉터는 "세계 IP 누적 수입 순위 상위권에는 포켓몬, 헬로키티, 짱구는 못말려, 마리오 등 일본 IP가 즐비하다"며, "상위 10개 중 절반을 일본 콘텐츠가 차지할 정도로 이미 세계 정상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콘텐츠의 힘이 막대한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포켓몬의 세계적인 성공 비결은 일본 시장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시장에서도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동시에 팬층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 미국과 영국에서 애니메이션 방영과 동시에 게임 소프트웨어 및 포켓카를 출시하며 아이들의 시청각과 놀이 경험을 통합했다.
TV 애니메이션을 통해 포켓몬에 애착을 갖게 된 아이들은 방과 후 게임보이로 게임을 즐기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포켓카 대결을 펼쳤다. 이러한 높은 접촉 빈도는 열광적인 팬덤을 형성했고, 30년이 지난 지금은 견고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북미와 유럽에서 지역별 토너먼트가 성황리에 개최되며 수십만 명의 참가자를 배출하고, 세계 대회에서 상위 입상을 달성하는 등 팬덤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 아시아 시장 개척, '게임 없는' 현실과의 싸움
일, 미, 유럽 시장이 성숙해감에 따라 포켓몬은 다음 성장 동력으로 아시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2023년 아시아 사업 본부를 설립하고, 특히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인도 마케팅실'을 설치하여 2028년 3월까지 25억 엔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도 시장 개척에는 큰 장벽이 존재한다. 닌텐도가 콘솔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를 정식 판매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낮은 소득 수준으로 인해 콘솔 보급이 어렵고, 인프라 부족으로 '포켓몬 GO'와 같은 모바일 게임의 확산도 기대하기 어렵다.
포켓몬이라는 IP의 근간은 게임이다. 팬들에게 콘솔을 통해 포켓몬 세계관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렇다면 게임이 없는 시장에서 어떻게 포켓몬을 알리고 팬을 확보할 수 있을까? 포켓몬은 단계적인 전략으로 이 난관을 돌파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애니메이션의 무료 배포다. 현지 언어로 더빙된 애니메이션을 방송국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료로 공개하며, 단기적인 비즈니스 성과보다는 '포켓몬을 알리고 좋아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코바야시 다이츠바 수석 디렉터는 "제로에서 1단계에서는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일정 수준의 인지도를 확보하면, 두 번째 단계로 현지 아이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의 라이선스 상품을 전개한다. 과자나 음료 등 일상생활 속에서 포켓몬 캐릭터를 접하게 하여 친숙도를 높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기가 무르익었을 때 포켓카를 선보인다. 고가의 콘솔 없이도 포켓몬 세계관을 체험할 수 있는 포켓카는, 현지 언어로 된 카드를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포켓카 커뮤니티는 카드 샵의 '짐'이나 대회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이러한 팬 커뮤니티의 존재는 IP에 대한 열광을 증폭시킨다.
이런 토양이 마련되었을 때 비로소 콘솔 게임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꾸준한 단계적 접근이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열쇠가 된다.
◇ 700년 이상 지속되는 IP를 향한 야망
해외 사업 확장의 일반적인 방식은 현지 법인 설립과 권한 위임이다. 포켓몬 역시 중국과 한국에서는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외 아시아 지역에 대해서는 도쿄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우쓰노미야 타카히토 대표이사 최고경영자(COO)는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 필연적으로 간접적인 운영이 될 수밖에 없다"며, 브랜드 철학을 일관되게 유지하기 위해 도쿄 직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협상을 진행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아시아 각국의 학생들을 도쿄 본사에서 신입 사원으로 채용하여 일본에서 근무하며 기업 문화를 체감하게 한 후, 향후 모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의 담당자로 활약하게 하는 인재 육성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인도 마케팅실의 9명 중 4명이 인도 출신인 것이 그 예다.
이러한 단계적 전략은 이미 결실을 맺고 있다. 인도에서는 현지 라이선시와 협력하여 포켓몬이 새겨진 '오레오' 쿠키를 출시, 2억 개 이상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 팀과의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현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침투하고 있다.
탄생 30주년을 맞이한 포켓몬이지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아직 초기 단계"라고 말한다. 500년 이상 지속된 '삼국지연의', 600년 이상 이어져 온 일본의 노(能)와 가부키처럼, 포켓몬 역시 700년 이상 지속되는 IP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우쓰노미야 COO의 포부는 거대한 제국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알파경제 우소연 특파원(wsy0327@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