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전력반도체]⑤1조개 트랜지스터 시대...AI 칩의 진화, 이제는 ‘성능’ 넘어 ‘효율’

이제는 전력반도체 / 박남숙 기자 / 2026-04-27 15:35:57
"작게만 만들지 않는다"...크게 만들거나, 위로 쌓거나
"아무리 빨라도 전력 못 잡으면 무용지물"...전력반도체의 재발견
2040년의 풍경... 한국의 기회는 '투트랙' 전략에 있다

글로벌 기술 혁명의 새로운 국면으로 에너지 효율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력반도체가 전기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메모리와 중앙처리장치(CPU)가 정보의 저장과 연산을 담당하는 것과 달리, 전력반도체는 전기의 흐름을 제어하고 조절함으로써 시스템 전반의 작동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모빌리티, 에너지 인프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전기를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고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술력이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척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전력반도체 기술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며 관련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알파경제>는 전력반도체 시리즈를 준비하게 됐다. [편집자주]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박남숙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수백억 개’의 트랜지스터 시대를 넘어 ‘1조(Trillion) 개’라는 꿈의 숫자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시대는 끝났다. 칩을 아파트처럼 높게 쌓고, 전기 대신 빛으로 소통하며,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등 반도체 패러다임 자체가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디시오 제공)


◇ "작게만 만들지 않는다"...크게 만들거나, 위로 쌓거나

미래 AI 칩의 첫 번째 변화는 ‘구조의 파괴’다.

전통적으로 웨이퍼 한 장에서 수백 개의 칩을 쪼개 쓰던 방식에서 벗어나, 웨이퍼 전체를 하나의 거대 칩으로 쓰는 ‘웨이퍼 스케일 엔진(WSE)’이 등장했다.

칩 사이의 통신 병목 현상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평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3D 적층(3D Stacking)’ 기술도 가속화되고 있다.

아파트처럼 칩을 위로 쌓아 데이터 이동 거리를 극한으로 줄임으로써 속도는 높이고 발열과 전력 소모는 낮추는 ‘칩의 마천루’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기존 컴퓨터 구조의 고질적 문제인 ‘데이터 병목’을 해결하기 위한 파괴적 혁신도 이어진다.

뉴로모픽(Neuromorphic) 칩은 인간의 뇌처럼 연산과 기억을 한곳에서 처리한다.

필요할 때만 신호를 주고받아 전력 소비를 노트북보다 낮은 20W 수준으로 낮출 수 있어, 드론과 웨어러블 기기의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실리콘 포토닉스은 전기 신호 대신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한다.

저항열이 거의 없고 대역폭이 압도적이라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다.


(사진=디시오 제공)


◇ "아무리 빨라도 전력 못 잡으면 무용지물"...전력반도체의 재발견

반도체 전문가들은 AI 칩이 진화할수록 역설적으로 ‘전력(Power)’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성능 AI 칩이 ‘슈퍼카’라면, 이를 뒷받침할 전력반도체는 ‘연료 시스템’이자 ‘변속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래의 ‘그린 AI’ 구현을 위해 SiC(탄화규소), GaN(질화갈륨)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와 뉴로모픽, 3D 적층 기술은 하나의 팀처럼 움직이고 있다.

아무리 강력한 계산 능력을 갖춰도 전력 효율을 잡지 못하면 막대한 유지비와 발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디시오 제공)

◇ 2040년의 풍경... 한국의 기회는 '투트랙' 전략에 있다

기술이 상용화될 2040년경에는 초저전력 칩이 탑재된 AR 렌즈가 일상을 보좌하고, 실시간 데이터를 빛의 속도로 처리하는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누비는 풍경이 일상이 될 전망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메모리 강국인 대한민국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연산 칩과 메모리를 묶는 첨단 패키징 역량에 효율을 결정짓는 전력반도체 기술을 더한 ‘투트랙’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강미선 디시오 대표는 알파경제에 "반도체의 미래는 이제 단순히 ‘더 작은 칩’을 만드는 공정 경쟁을 넘어, 전력을 얼마나 스마트하게 다루느냐는 ‘똑똑한 시스템’의 대결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래 AI 반도체는 1조 개의 트랜지스터를 넘어, 빛과 뇌 구조를 모방한 혁신과 전력 효율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시스템 전쟁’에 돌입했다"고 덧붙였다. 


*다음 6회차 예고
‘AI 반도체라는 거대한 퍼즐의 완성’이라는 주제로 ▲AI 반도체가 바꿀 비즈니스의 지형도 ▲우리 삶에 스며들 '보이지 않는 지능'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해결할 '그린 AI'의 실체 등을 담을 예정이다.

 

알파경제 박남숙 기자(parkns@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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