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과자·음료 물가 이래서 올랐나…CJ제일제당·대상 등 10조 규모 '전분당 카르텔' 법정으로

인사이드 / 이준현 기자 / 2026-04-28 08:06:22
CJ제일제당·대상 등 4개사 8년간 가격 합의…국내 식료품 담합 역대 최대
설탕 담합 선고 당일 또 기소…공정위 최대 1조 2400억 과징금 예고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23일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룸에서 전분당 및 부산물 가격 담합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콜라, 과자, 물엿 등 소비자가 매일 접하는 가공식품의 핵심 원료인 전분당 가격을 8년간 담합해 10조 원 넘는 관련 매출을 올린 식품 대기업들이 무더기로 법정에 선다.

이미 밀가루와 설탕 담합 당시 자진신고 제도를 통해 제재를 감면받았던 기업들이 같은 방식으로 다시 카르텔을 형성한 사실이 드러나며, 솜방망이 처벌이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 8년간 10조 매출 달성…대표이사까지 연루된 전방위 담합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지난 23일 대상, 사조CPK, CJ제일제당 법인 3곳과 각 회사 대표이사 등 임직원, 전분당협회장 등 총 25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수사에 협조한 삼양사는 처분을 유예받았다.

이들 4개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8년간 전분당 및 그 부산물의 판매 가격을 사전 합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파악한 담합 관련 매출 규모는 10조 1520억 원으로 국내 식료품 담합 사건 중 역대 최대치다.

담합은 세 갈래로 치밀하게 이뤄졌다. 전분당 가격 일반 담합(약 7조 2980억 원), 서울우유·농심·하이트진로 등 대형 실수요처 대상 입찰 담합(약 1조 160억 원), 사료용으로 쓰이는 전분당 부산물 가격 담합(약 1조 8380억 원)이다.

범행에는 실무진을 넘어 대표이사급 경영진까지 가담했다. 검찰은 대상 사업본부장 김모씨를 구속 기소했고 나머지 24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다만 법원은 앞서 대상 임모 대표이사와 사조CPK 이모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10조원대 전분 및 당류(전분당) 가격 담합 의혹을 받는 대상 임모 대표이사가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마진율 두 배 챙기며 "우린 훈련됐다"

4개사의 수법은 치밀하고 조직적이었다.

제품별 가격 인상 시기를 사전에 맞추면서도 담합을 위장하기 위해 거래처에 제시하는 가격 폭과 공문 발송 날짜를 의도적으로 엇갈리게 조작했다.

대형 실수요처 입찰에서는 낙찰 업체와 가격을 미리 정한 뒤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고단가를 유지했다.

그 결과 담합 기간 전분 가격은 최고 73.4%, 당류 가격은 최고 63.8% 폭등했다.

나희석 부장검사는 "식품업계 영업이익률은 통상 4~5%에 불과하지만 전분당 회사들은 담합을 통해 실제 영업이익률의 10% 이상을 초과 달성했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이익 이면에는 조직적인 증거 은폐가 있었다.

지난해 9월 설탕 담합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 당시 한 업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처럼 훈련이 됐어야 했다"며 "훈련이 안 돼 있어서 거기에서 나와버렸다 한다"고 발언했다.

사법당국의 감시를 따돌리기 위한 매뉴얼이 카르텔 내부에서 버젓이 공유됐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설탕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설탕 담합' 선고 날 기소…자진신고 악용한 고질적 범행

전분당 담합 기소가 이뤄진 당일, 공교롭게도 법원에서는 설탕 가격 담합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이뤄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류지미 판사는 전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 김모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전 삼양사 대표이사 최모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시장질서를 왜곡해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과거 밀가루·설탕 담합 당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자진신고제도로 형사처벌에 있어 감면을 받았는데"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결과적으로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밀가루 담합에 이어 설탕 담합, 그리고 전분당 담합까지 세 차례 연속으로 가격 합의 혐의를 받고 있다.

리니언시(자진신고) 제도가 카르텔을 해체하는 본래 목적을 잃고 대기업의 처벌 회피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설탕. (사진=연합뉴스)


◇ 공정위 1조 원대 철퇴 예고…'가격 강제 인하' 카드 만지작

검찰 기소와 별도로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강력한 행정 제재를 준비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전분당 4사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해 심의 절차에 돌입했다.

공정위가 산정한 담합 관련 매출 규모는 약 6조 2000억 원이다. 현행법상 관련 매출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 제재 금액은 최대 1조 24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공정위는 담합으로 왜곡된 가격을 정상 수준으로 낮추도록 강제하는 '가격 재결정 명령'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식탁 물가를 좌우하는 기초 소재 시장에서 담합이 반복되는 동안 수조 원의 청구서는 온전히 소비자의 몫이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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