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이현조 손해사정사 겸 하늘손해사정법인 대표) |
[알파경제=이현조 손해사정사 겸 하늘손해사정법인 대표] "소액암서 전이된 암도 일반암으로 물어줘라”…보험사 수천억 청구서
최근 금융당국의 암보험금 지급 권고를 다룬 한 언론 기사의 제목이다.
이 자극적인 문장만 보면 마치 가입자들이 받지 말아야 할 돈을 억지 써서 받아내 보험사가 수천억 원의 억울한 청구서를 떠안게 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는 철저히 보험사 중심의 악의적인 프레임에 불과하다.
가입자들은 안 줘도 될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받아야 했지만, 보험사가 안 주고 버티던 돈'을 정당하게 돌려받는 과정일 뿐이다.
◇ “설명하지 않은 특약은 무효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가입자의 몽니가 아니라 보험사의 불완전 판매와 설명 의무 위반에 있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갑상선암과 같은 '소액암'이 림프암 등 일반암으로 전이되었을 때, 이른바 '원발암(최초 발생한 암) 기준 분류 조항'을 내세워 소액암 진단금만 지급해 왔다.
실제 대법원 사례에 따르면 일반암인 림프암 진단을 받았음에도 최초 시작점이 갑상선암이라는 이유로 가입자는 2200만원(일반암)이 아닌 단 440만원(소액암)만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대법원은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원발 부위에서 발생한 암에 대해서만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특약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전이된 일반암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약관에 불분명하게 적어 놓았거나,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않고 슬그머니 넘어갔던 보험사의 책임을 법원과 금융감독원이 최종적으로 물은 것이다.
![]() |
| (사진=연합뉴스) |
◇ 암보험의 진짜 취지는 무엇인가
백번 양보해 해당 조항이 존재했다 하더라도 암보험이라는 상품의 근본적인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우리가 암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중증 질환에 걸렸을 때 감당하기 힘든 막대한 치료비와 생활고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갑상선암은 보통 완치율이 높고 치료비가 적게 들어 소액암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암세포가 전이되어 림프암이나 복막암, 백혈병 같은 치명적인 상태로 발전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생존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엄청난 고통과 막대한 치료비가 동반된다.
가장 보험금이 절실한 생사의 갈림길에서 보험사는 "시작이 갑상선암이었으니 500만 원만 주겠다"며 외면해 온 셈이다.
이는 암에 걸리면 치료비를 보장해 주겠다는 암보험의 본질을 정면으로 배신하는 행위다.
◇ 원발암, 도대체 누가 아는 단어인가?
정보의 비대칭성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암세포가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전이 됐는지를 따지는 '원발암'과 '전이암'의 개념은 의료 전문가나 보험업계 종사자에게나 익숙한 용어다.
일반적인 가입자들은 '내가 어떤 부위든 암에 걸려서 중증 상태가 되면 당연히 그에 맞는 암 진단금을 받는다'고 상식적으로 인지하고 가입한다.
일반인은 제대로 이해조차 하기 힘든 어려운 의학-보험 용어를 상품 설명서 구석에 숨겨두 듯 배치해 놓고, 정작 돈을 줘야 할 때만 이를 엄격하게 들이미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기만에 가깝다.
![]() |
| (사진=연합뉴스) |
◇ 수천억 원의 청구서?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임
보험업계는 이번 조치로 인해 회사마다 수백억 원, 업계 전체로는 수천억 원의 부담이 생길 것이라며 비상이라고 호소한다.
하지만, 그 돈은 그들에게 갑자기 떨어진 억울한 손실이 아니다.
애초에 약관을 투명하게 만들고 가입자에게 정직하게 설명했다면, 혹은 상품의 취지에 맞게 제대로 보장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밀린 숙제'일 뿐이다.
금융감독원의 조치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보험사는 수천억 원의 청구서를 보며 앓는 소리를 낼 것이 아니라, 그동안 가입자의 절박함을 외면한 채 불투명한 약관 뒤에 숨어 얻었던 이익을 반성해야 할 때다.
*시론_이현조 하늘손해사정법인 대표손해사정사
알파경제 김종효 기자(kei1000@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