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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마지막 마운드 끝낸 오승환 (대구=연합뉴스) |
[알파경제=박병성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는 한국 프로야구의 태동기부터 역사를 함께 써 내려온 전통의 라이벌이다. 두 팀은 리그 초창기 지역 감정을 넘어 건강한 경쟁을 통해 KBO리그 발전에 기여해왔다.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 1, 2위를 다투는 이들은 지난해 31년 만의 한국시리즈 맞대결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의 ‘끝판대장’ 오승환의 은퇴 경기에서 KIA 선수단은 승패를 떠나 리그의 상징적인 인물에 대한 존경을 표하며 또 하나의 감동적인 순간을 연출했다.
특히 KIA의 최고참 야수인 최형우는 오승환과의 마지막 승부를 요청하는 진한 우정을 보여주었다. 경기 전 구단과 이범호 감독에게 오승환과의 마지막 대결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구단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KIA는 0-5로 뒤진 9회 초,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르자 선발 라인업에 없던 최형우를 대타로 투입했다.
오승환과 깊은 친분을 나누었던 최형우는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마운드의 오승환을 향해 헬멧을 벗고 고개를 숙이며 존경의 뜻을 표했다. 헛스윙 삼진으로 마지막 타석을 마친 최형우는 곧바로 마운드로 올라가 오승환을 얼싸안았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기립 박수를 보내며 두 선수의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았다.
경기 종료 후에도 KIA 선수단의 예우는 이어졌다. 오승환과 동갑내기인 KIA의 손승락 수석코치는 경기장에 남아 친구의 은퇴를 축하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등 1982년생 선수들이 모여 오승환을 응원했으며, 손 코치 역시 이들과 함께 오승환을 격려하며 “그동안 수고했다”고 다독였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인 KIA의 베테랑 투수 양현종도 은퇴식 행사에 직접 참여했다. 그는 단상에 올라 선수협이 준비한 은퇴 선물을 오승환에게 전달했으며, 이후에도 광주로 바로 향하지 않고 원정팀 더그아웃에 남아 오승환의 은퇴식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오승환의 마지막 순간은 KIA 선수단의 진심 어린 예우 덕분에 더욱 빛날 수 있었다. 두 팀은 오는 3일 광주에서 2025 프로야구 정규리그 최종전을 치를 예정이다.
알파경제 박병성 기자(star@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