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리 급등, 주식시장 판도 바꾼다

글로벌비즈 / 우소연 특파원 / 2025-12-15 09:20:22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일본 주식시장이 역사적 고점을 기록하는 가운데 급등하는 장기금리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5일 전했다.

 

일본은행이 19일까지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지난 12일 5만836엔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 344엔(1%) 상승하며 3주 연속 5만엔대를 유지했다. 

 

반도체 관련주 등 성장주에 간헐적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지만, 5만1000엔대 진입 시 매도 압력이 가중되면서 상승 모멘텀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상승세를 억제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장기금리의 급등이다. 신발행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8일 한때 1.97%를 기록하며 19년 만에 2% 근접선에 도달했다. 

 

연초 1.1% 수준에서 시작해 11월 중순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연간 상승폭은 1994년(1.55% 상승)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의 금리 동향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QUICK이 실시한 12월 투자자 조사에서 '향후 6개월간 가장 주목받는 주가 변동 요인'으로 금리 동향을 꼽은 비율이 16%로 전월 2%에서 급증했다. 이는 정치·외교(15%)를 상회하는 수치다.

와시캐피털의 무라마쓰 카즈유키 운용본부 부장은 "일본은 오랫동안 일본은행이 금리를 억제해왔기 때문에 일본 주식은 환율과의 관계가 중시되기 쉬웠다"며 "앞으로는 더욱 금리를 의식한 시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의 최대 수혜주는 은행주다.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8316 JP)은 올 여름부터 금리 상승과 보조를 맞춰 주가가 상승했으며, 12일 4997엔으로 상장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말 이후 상승률은 32%로 닛케이 평균(27% 상승)을 웃돌고 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8306 JP)도 이달 2일 최고가를 기록했다.

은행주 강세의 배경에는 장기금리 상승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금리마진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자리잡고 있다. 손해보험 대기업인 SOMPO홀딩스(8630 JP)도 12일 고가 경신을 기록하는 등 금융주 전반에서 자금운용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유이자부채가 많은 종목들은 역풍을 맞고 있다. 지급이자 증가가 이익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 관련주다. 아파트와 주택 건설에는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만큼 금리 상승의 타격이 크다.

업계 대기업인 미쓰이부동산(8801 JP)은 인플레이션 내성 종목으로 매수세를 받아왔지만, 금리 상승이 두드러진 이번 달 들어서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호조를 보였던 부동산투자신탁(REIT) 시세도 급제동이 걸린 상태다.

일반적으로 개별 주식의 이론주가 산출에 사용되는 미래 현금흐름 할인모델에서는 금리 상승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기업가치 계산 시 장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할 때의 할인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이데 신고 수석 주식전략가가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장기금리가 2%에 도달하면 닛케이 평균을 0.7% 하락시킨다. 2.5%까지 상승할 경우 5000엔 정도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와 같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금리 상승이 경기 회복을 수반하는 '좋은 금리 상승'이라면 기업 수익이 인플레이션에 의해 확대되어 금리 상승으로 인한 주가 부담이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금리 급등 국면을 살펴보면 일본 주식은 견조한 흐름을 보인 경우가 많다. 1994년 미국 경기 과열 속에서도 닛케이 평균은 10% 이상 상승했다. 경기 상승 결과로 인한 금리 상승이라면 은행업 외 다른 업종도 수익 성장으로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으로의 전환은 투자자의 종목 선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현금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시대의 '정답'이었던 축적 경영에서 현금을 유효 활용하는 기업을 평가하는 풍조가 두드러지고 있다.

BofA증권이 도쿄증권거래소 주가지수(TOPIX) 구성 종목을 현금예금 보유량으로 5분할해 주가 성과를 분석한 결과, 2023년부터는 현금 활용도가 높은(보유량이 적은) 기업일수록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JP모건증권의 다카다 마사나리 퀀츠전략가는 "2025년에는 투자자의 관심이 현금 창출력과 자본 효율성에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은 19일까지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재 0.5%에서 0.75%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30년 만의 금리 수준에 도달하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새로운 금리 환경에 맞춘 기업들의 대응 능력이 향후 주가 흐름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알파경제 우소연 특파원(wsy0327@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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