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 중복상장과 대기업의 앓는 소리

인사이드 / 김종효 기자 / 2026-03-25 08:53:26
(사진=김수현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주임교수)

 

[알파경제=김수현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주임교수] ​최근 정부가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방침을 공식화했다. 자금 조달 길이 막힌 국내 대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태도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추어 볼 때 전형적인 기득권 수호이자 엄살에 불과하다.

선진 자본시장의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 대기업들의 행태가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진=연합뉴스)

◇ ​선진 자본시장의 상식과 한국 대기업의 꼼수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의 상식은 핵심 사업을 온전히 자회사로 유지한다는 데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국내 대기업들의 주장이 얼마나 억지스러운지 쉽게 알 수 있다.

알파벳은 수백조 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유튜브를 별도로 분할해서 나스닥에 중복상장하지 않는다. 메타 역시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을 별개로 상장시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쓰지 않는다.

아마존 또한 핵심 현금창출원인 클라우드 부문을 따로 떼어내어 상장하지 않는다.

선진국 기업이 알짜 사업을 분할 상장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회사의 성장이 모회사 주주의 이익으로 온전히 직결돼야 한다는 주주 자본주의의 대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기 때문이다.

핵심 사업부의 성장은 모회사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를 바탕으로 모회사는 더 높은 신뢰 속에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 대기업들이 보여준 행태는 철저히 오너일가 등 지배주주의 이익 극대화에만 맞춰져 있었다.

이들은 잘 성장하는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하여 신설 자회사를 상장시킨다. 이 과정에서 알짜 사업을 잃은 모회사의 주가가 폭락하도록 방치하며 주주 가치를 훼손해 왔다.

오너일가 등 지배주주는 모회사를 통한 그룹 전체의 경영권은 굳건히 유지한다. 반면 사업 확장에 수반되는 막대한 리스크와 자금 부담은 자회사 공모주에 투자한 일반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긴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기업가치가 모회사와 자회사에 이중으로 계상되는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모회사의 극심한 지주사 할인 현상을 유발한다.

위험은 전가하고 지배력은 유지하려는 꼼수가 한국 증시의 만성적인 저평가 현상을 고착화한 핵심 원인이다.

 

(사진=연합뉴스)


◇ ​중복상장 규제로 발등에 불 떨어진 대기업들의 민낯

​자회사 상장 길이 막히자 꼼수 경영에 의존하던 대기업들은 일제히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LS그룹은 자회사 LS이모빌리티솔루션 상장으로 투자 재원을 확보하려 했다가 소액주주 반발과 정부의 규제 기조에 부딪혀 결국 예비심사를 철회했다.

상장 전 지분투자로 자금을 유치하며 기한 내 상장을 약속했던 만큼 재무적 압박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스스로 감당해야 할 투자 위험을 일반 주주에게 전가하려다 역풍을 맞은 셈이다.

​SK그룹의 SK에코플랜트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SK에코플랜트는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왔다. 기한 내 상장을 완료해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계약을 맺은 상태다.

상장이 지연되면 막대한 수익 보전 책임을 져야 한다. 지주회사의 책임 있는 지원 없이 빚잔치를 벌인 후 그 부담을 공모 시장에 떠넘기려 한 안일한 재무 전략의 한계가 명백히 드러났다.

​HD현대는 알짜 사업인 로봇사업부를 물적분할해 HD현대로보틱스를 설립했다. 이는 전형적인 알맹이 빼먹기식 분할 상장 시도였다.

규제 강화로 상장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자체 역량으로 신사업을 키울 치열한 고민 없이 손쉬운 외부 자본 조달에만 매달리던 안일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롯데그룹의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규모 바이오 공장 설립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그동안 자회사 상장을 통해 시장에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려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모회사 차원의 유상증자나 책임 있는 투자 결단 대신 공모주 투자자들의 주머니만 노리던 구태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한화그룹의 한화에너지는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로서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 한화에너지가 상장을 추진할 경우 전형적인 옥상옥 구조 확립과 중복상장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오너 일가의 승계 비용이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본시장을 사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엄격히 감시받아야 마땅하다.

​CJ그룹은 CJ올리브영의 독자 상장이 어려워지자 지주사인 CJ 주식회사와의 합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상장 알짜 자회사의 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려 합병비율을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게 산정할 우려가 다분하다.

중복상장이 막히자 또 다른 꼼수를 동원해 비지배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려는 것은 아닌지 시장은 차갑게 주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자업자득의 결과와 지배구조 정상화의 길

​대기업들은 투자금 상환이나 신사업 확장을 위해 자회사 상장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그들의 항변은 자신들의 무능력과 낡은 관행을 자인하는 부끄러운 변명이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면 자회사 상장이 아닌 모회사 차원의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책임 있게 조달하는 것이 타당하다.

무리한 수익 보장 조건을 내걸고 자금을 유치한 뒤 그 상환 부담을 일반 투자자들의 공모 자금으로 해결하려 한 돌려막기식 경영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다.

​이번 중복상장 금지 조치는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가 아니다. 비정상적인 자본시장을 바로잡는 필수적인 정상화 과정이다.

주식시장을 오너 등 지배주주의 사금고나 무이자 자금 조달 창구로만 여겨왔던 구태를 완전히 끊어내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이라는 시장의 준엄한 요구를 겸허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들은 앓는 소리를 당장 멈춰야 한다.

 

*시론_김수현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주임교수

 

알파경제 김종효 기자(kei1000@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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