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카카오의 혁신 포장 '노동 착취'…이중장부 범죄, 정신아 대표가 책임져야

인사이드 / 김종효 기자 / 2026-04-06 08:55:44
전대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사진=알파경제)

 

[알파경제=전대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최첨단 AI 기술과 플랫폼 혁신을 선도한다는 대한민국 대표 IT 기업 카카오의 화려한 이면에서 1970년대 구로공단에서나 볼 법한 야만적인 노동 착취가 자행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 적발로 드러난 카카오의 주 52시간제 위반과 4억 원대 임금 체불과 은폐용 '이중장부' 운용은 단순한 현장 관리의 실수가 아니다. 성과 지상주의에 매몰되어 기업의 근간인 내부통제 시스템과 준법감시를 고의로 무력화시킨 참담한 카카오의 민낯이다.

◇ ‘이중장부’는 직원을 위한 배려가 아닌 명백한 범죄

가장 경악스러운 대목은 법정 한도를 초과한 연장근로 시간을 다음 달로 이월해 산정하는 방식이다.

사측은 "수당을 챙겨주기 위한 방식"이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이중장부는 노동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기만행위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43조는 임금 전액불 원칙을 강제하고 있다. 제48조는 임금명세서에 실제 근로시간을 한 치의 오차 없이 명확히 기재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발생한 초과근로를 임의로 쪼개 이월하는 것은 단순한 장부 조작을 넘어 사문서 위조에 준하는 범죄이자 악질적인 임금 체불이다. 법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서류상으로만 주 52시간제를 지킨 척 꾸며낸 얄팍한 꼼수에 불과하다. 

 

(사진=연합뉴스)


◇ 월 270시간 노동, 살인적인 '크런치 모드'의 실체

미래 먹거리라는 AI 전담 조직 카나나에서 벌어진 일은 더욱 참혹하다.

특정 직원은 한 달에 무려 270시간(연장근로 110시간)을 일했다. 고용노동부가 고시로 정한 과로사(뇌심혈관계 질환 발병) 산재 인정 기준인 '4주 평균 주 64시간'을 훌쩍 넘기는 치명적인 노동 강도다.

혁신적인 서비스 출시라는 명분 아래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권은 철저히 짓밟혔다. 출시일이라는 절대 목표를 맞추기 위해 사람을 갈아 넣는 이른바 크런치 모드는 기업의 실적을 위해 근로기준법 제53조(연장근로의 제한)를 고의로 위반하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다. 다시 말해 사용자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배려의무'를 저버린 행위다.


(사진=연합뉴스)


◇ CPO 궤변과 침묵한 정신아 대표…내부통제의 완벽한 붕괴

이번 사태에서 가장 날카롭게 비판받아야 할 대상은 현장의 실무자가 아니라 최고경영진이다.

지난해 8월 전사 간담회에서 홍민택 CPO는 "출시 시점이 결정돼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불법을 감수하고서라도 실적을 내겠다는 노골적인 궤변을 늘어놓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장 동석했던 정신아 대표이사의 태도다. 조직 내 팽배한 모럴해저드를 제지하고 즉각적인 시정을 지시해야 할 최고경영자가 사실상 불법을 방조하고 묵인했다.

기업 지배구조 관점에서 상법상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및 감시의무를 철저히 위반한 배임적 요소마저 다분하다.

최근 이찬진 원장 체제의 금융감독원이 내부통제 부실에 대해 최고경영자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고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압박하는 작금의 규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카카오처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거대 빅테크가 스타트업 특유의 속도전을 핑계로 준법 감시의 사각지대에 숨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금융권에 준하는 엄격한 내부통제 잣대와 경영진의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사진=연합뉴스)

◇ 고용노동부, 사후약방문에 속지 말고 일벌백계하라

정신아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올해 초에도 초과근무 위반 사례가 재발했다는 노조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사후약방문식 사과와 미봉책으로는 기업의 썩은 환부를 도려낼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사측이 제출하는 면피성 개선계획서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고의적이고 조직적인 이중장부 조작과 살인적 과로 강요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등 강력한 사법처리로 일벌백계해야 한다.

노동법을 짓밟고 내부통제가 붕괴된 모래성 위에서는 어떠한 AI 혁신도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카카오 경영진에게 뼈저리게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시론_전대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서울고등법원 판사
-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
- 현 변호사 /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알파경제 김종효 기자(kei1000@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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