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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히타치) |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미국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빌리온 클럽'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는 부유층 모임이 아닌, 자사의 대미 투자 규모를 트럼프 행정부에 어필할 때 필요한 최소 조건을 의미한다.
투자액이 10억 달러(약 1500억 엔)를 넘지 않으면 미국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관심을 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7일 전했다.
히타치 제작소(6501. JP)는 올 가을 메릴랜드주에서 철도 차량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 이 같은 현실을 직접 경험했다. 회사는 개소식에 앞서 버지니아주 전력 변압기 공장 등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효과"라며 이를 자신의 성과로 강조했고, 이후 미국 정부 핵심 인사들이 히타치에 잇달아 접촉해왔다.
히타치 워싱턴 사무소장 시마다 케이이치는 "빌리온이라고 말하자마자 미국 정부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하기 시작했다"며 "투자를 하지 않는 회사는 상대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본제철(5401. JP)의 US스틸 인수 사례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6월 완료된 이 인수에서 한때 난항을 겪었던 협상이 재개된 계기는 일본제철이 인수 자금과 별도로 총 110억 달러의 투자를 확약한 것이었다. 하시모토 에이지 회장 겸 CEO는 "계획했던 모든 투자 안건을 시간축과 함께 제시했다"고 회상했다.
10월 트럼프의 방일에 맞춰 도쿄에서 열린 투자 서명식은 마치 빌리온 클럽의 집결지 같았다. 미쓰비시중공업(7011. JP)과 도시바는 차세대 원자로에 최대 1000억 달러, 소프트뱅크그룹(9984. JP)은 대규모 인공지능 인프라에 최대 25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 배경에는 중국 시장 축소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2024년 GDP는 약 29조 달러로, 이 중 개인 소비만으로도 중국 GDP(약 19조 달러)에 필적한다. 중국 사업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미국 투자 의존도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약 30년 만에 미국에서 새 공장을 가동한 TOTO는 향후 5년간 미주 매출을 40% 늘린 1000억 엔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10년 전 해외 주거사업 매출의 52%를 차지했던 중국 비중은 현재 35%로 떨어졌다. 다무라 노부야 사장은 "중국은 수요 증가를 전제로 한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노무라홀딩스(8604. JP)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 주가지수(TOPIX) 구성 종목의 북미 매출 비율은 2023년 16%로 지난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아시아(13%)를 넘어섰다. 일본 기업 법인기업통계 분석 결과 순이익 총액 101조 엔의 약 40%에 해당하는 36조 엔이 대미 투자 실행액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 투자 비율은 10년간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외국 기업들이 몰려드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은 치열하다. 1달러당 150엔대의 엔화 약세는 대미 투자를 가속화하려는 일본 기업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인재 확보도 어려워 노동비용이 지속 상승하고 있으며, 미국 법인 최고 임원의 보수가 일본 본사 CEO를 넘어서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에게 미국 사업은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트럼프 정부가 아니더라도 빌리온 클럽 가입을 노리는 기업들의 행렬은 계속될 것으로 닛케이는 전망하고 있다.
알파경제 우소연 특파원(wsy0327@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