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아시아나 합병 주도로 대한항공 경영권 싸움 끝내
◇조원태, 아시아나 합병으로 산업은행과 한진칼 경영권 거래
◇美법무부 소송 가능성↑ 아시아나 합병 사실상 무산 분석도
◇조원태, 그룹 경영권 확보차원에서 아시아나 합병 목매
◇아시아나 합병, 산업은행의 피해 회피용↑...인수합병에도 부정적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평판은 기업의 가치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기업과 CEO의 좋은 평판은 오랜 기간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쉽지 않다. 반면 나쁜 평판은 한순간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하면서 그간 쌓아온 성과를 허물어버린다.
<알파경제>는 연중기획으로 이정민 평판체크연구소장과 함께 국내 기업과 CEO들의 다양한 이슈를 학술적 이론을 접목해 풀어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기업과 CEO의 평판을 체크하는 동시에 해당 기업의 가치와 미래 등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알파경제=이정민 평판체크연구소장·이형진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난항에 산업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높은 부채율과 경영 위기로 매각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단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정상적으로 매각되지 않고 파산할 경우 재정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을 주도하면서 위기를 타개하고자 했다.
![]()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여객기. (사진=연합뉴스) |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흡수로 대규모 경영이익 기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항공운송산업에서 1위와 2위 시장지배력을 가진 주요 민간항송사이다.
항공사 간 인수합병 형태의 통합은 급변하는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생존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간주된다[1].
합병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쉽고 빠르게 성장하는 동시에 재정적 어려움과 채무 불이행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공항 운영과 정보기술, 공급망 관리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등 시장 내 경쟁자 수 감소와 운임 인상 능력 향상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2].
단순 계산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합병되면 채무와 경영 문제들이 빠르게 해결된다. 다시 말해 합병으로 탄생한 대형 항공사는 대규모 경영 이익도 실현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2000년 이후 합병한 항공사들 다수가 효율성과 생산성이 향상된 바 있다[1,2].
![]() |
KDB산업은행. (사진=연합뉴스) |
◇ 산업은행, 아시아나 합병 주도로 대한항공 경영권 싸움 끝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9년 현대산업개발과의 협상이 무산되면서 매각 어려움에 직면한 바 있다. 해를 넘긴 2020년 대한항공이 인수자로 선정된 뒤 현재까지 인수합병을 진행 중에 있다.
같은 해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위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 10.58%을 확보했다.
당시 조원태 한진그룹 및 대한항공 회장은 땅콩회항으로 유명한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과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었다.
조 전 부사장은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과 함께 3자 연합을 결성해 한진칼 지분을 45.24%까지 확보한 뒤 조 회장을 압박했다.
그러나 조 회장에 우호적인 산업은행이 지분을 확보하면서 3자 연합의 지분율이 낮아지고 조 회장의 지배가 확정되었다.
즉,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성공시키기 위해 한진그룹 지배구조에 개입하고 조 회장을 옹호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
◇ 조원태, 아시아나 합병으로 산업은행과 한진칼 경영권 거래
한진칼 개인 지분이 5.78%밖에 되지 않는 조 회장 입장에서는 한진그룹 지배권과 두 항공사 합병을 거래한 것이나 진배없다.
산업은행 입장에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입은 당연한 수순인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 경쟁력이 직결되는 항공사를 파산하게 놔두면 산업은행의 재정적 손실뿐 아닌 광범위한 부정적 결과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을 정상 매각하기 위해 대한항공에 먼저 접촉, 대한항공에 대한 지배력을 획득하는 등 항공산업을 통제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에서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 부족 혹은 상환 불이행은 채권자에게 해당 기업 및 산업에 개입, 통제권을 행사할 명분이 된다[3].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이 인수합병 활동을 하고 대한항공을 지배해 협상력을 전개하는 활동은 당연한 활동에 속한다[4].
![]() |
아시아나항공 본사 전경. (사진=아시아나항공) |
◇ 美법무부 소송 가능성↑ 아시아나 합병 사실상 무산 분석도
문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난항이라는 점이다. 항공사간 인수합병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합병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해관계자는 늘어났고 국제기관과 각 국가의 독점금지 강화로 상당한 장벽도 존재하게 됐다.
최근 미국 법무부가 두 항공사의 합병을 막기 위한 소송을 검토함이 알려지면서 합병 무산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합병할 각 항공사 노조의 저항과 조직 문화 차이, 시장의 독과점 우려에 국가적 불안감이나 견제까지 포함되면서 합병에 실패한 사례들도 다수 있다[1].
게다가 연구에 의하면, 안전 직결 문제로 항공사 인수합병 규제는 강화시켜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5].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처럼 재정적 어려움 속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항공사는 효율성과 생산성만 강조하다가 안전·안전 문화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 |
지난달 26일 대구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착륙 직전 출입문이 열리는 사고가 발생해 승객들이 공포에 떨었다. 사진은 대구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한 아시아나 비행기. 비상출입구가 열려있다. (사진=연합뉴스) |
해외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의 독과점을 문제 삼으면서 슬롯(시간당 이착륙 권한), 노선 반납 등의 시정 조치까지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난항에도 조 회장은 지난 5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무엇을 포기하든 합병을 성사시킬 것”이라고 밝혀 합병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양사 합병 무산으로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처분하게 되면, 조 회장의 지배구조가 약화되고 경영권 분쟁도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 입장에서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한 항공사 합병이 절실할 수 있겠다.
채권자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의 생존, 한진그룹 지배구조 안정화와 같은 인수합병의 목적들은 합병의 결과를 어둡게 한다.
연구에 따르면, 채권자가 기업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로 활약한 인수합병은 부를 창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6].
![]() |
이동걸 전 산업은행장. (사진=산업은행) |
◇ 아시아나 합병, 산업은행의 피해 회피용↑...인수합병에도 부정적
채권자의 우려로 인해 주도된 합병 그리고 채권자 은행이 인수기업과 합병기업 모두에 개입하여 지배적인 역할을 했던 합병의 경우 일반적인 합병보다 이익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6].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의 파산을 피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전개하는 등 대한항공의 지배구조에 개입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비효율을 야기한다는 의미이다.
특히 지배⋅통제권과 협상력을 가진 산업은행과 같은 채권자는 각 기업에 적극 개입해서 자신들의 손해를 방어하고 이익을 보존하려는 여러 활동을 한다.
인수합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프로젝트나 정보와 거래들을 제한하고 유리한 계약관계를 강화하는 특성이 있다[4].
이기적인 채권자의 활동들이 기업 성장 및 효율성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국내 항공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도 성사되어야 할 과제로 판단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두 항공사의 합병이 순수하게 항공산업의 성장과 발전보다는 채권자 산업은행 및 아시아나항공의 생존, 한진그룹 지배구조에 있는 바, 그 결과가 밝지만은 않다.
출처
[1] Merkert, R., & Morrell, P. S. (2012). Mergers and acquisitions in aviation–Management and economic perspectives on the size of airlines. Transportation Research Part E: Logistics and Transportation Review, 48(4), 853-862.
[2] Khezrimotlagh, D., Kaffash, S., & Zhu, J. (2022). US airline mergers’ performance and productivity change. Journal of Air Transport Management, 102, 102226.
[3] Ersahin, N., Irani, R. M., & Le, H. (2021). Creditor control rights and resource allocation within firm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139(1), 186-208.
[4] Becher, D. A., Griffin, T. P., & Nini, G. (2022). Creditor control of corporate acquisitions.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35(4), 1897-1932.
[5] Bier, V. M., Joosten, J. K., Glyer, J. D., Tracey, J. A., Welsh, M. P., & US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 (2001). Effects of deregulation on safety: Implications drawn from the aviation, rail, and United Kingdom nuclear power industries.
[6] Mehrotra, V., Van Schaik, D., Spronk, J., & Steenbeek, O. (2011). Creditor-focused corporate governance: Evidence from mergers and acquisitions in Japan. Journal of Financial and Quantitative Analysis, 46(4), 1051-1072.
알파경제 이형진 기자(bulletwater@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