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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후지 미디어 홀딩스) |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달튼 인베스트먼트가 후지 미디어 홀딩스(HD)에 주주 제안을 한 것으로 14일 밝혀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5일 전했다.
달튼은 오는 6월 하순에 개최될 예정인 후지 미디어 HD 정기 주주총회에서 SBI 홀딩스의 기타오 요시타카 회장 겸 사장을 이사 후보로 제안할 예정이다.
이는 후지 미디어 HD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영 개선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후지 미디어 HD는 6월 하순 정기 주주총회 이후 출범할 새로운 이사진 구성안을 지난 3월 발표했다.
발표된 구성안에 따르면, 가네미츠 오사무 사장이 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며, 시미즈 겐지 전무(후지 TV 사장)가 사장으로 취임하는 것을 포함하여 총 11명의 이사가 선임될 예정이다.
달튼은 기타오 회장을 포함해 10명 이상의 후보자를 물색하여 대대적인 이사진 교체를 제안할 계획이며,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달튼은 이미 기타오 회장과 물밑 접촉을 통해 후지 미디어 HD의 이사 후보로 추대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기타오 회장 또한 이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달튼 측은 일본경제신문의 취재에 대해 "현재로서는 어떠한 언급도 삼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달튼은 현재 후지 미디어 HD 발행 주식의 5.8%를 보유한 주요 주주이며, 관련 펀드 등을 포함할 경우 보유 비율은 7.2%에 달한다.
달튼의 주주 제안이 주주총회에서 가결되기 위해서는 다른 주주들의 찬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후지 미디어 HD의 주요 주주로는 행동주의 투자자인 무라카미 세아키의 장녀인 노무라 아키라 또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노무라 아키라는 발행 주식의 5.2%를 보유하고 있으며, 4월 3일 기준으로는 무라카미 세아키의 계열사를 포함해 11.8%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외에도 SBI 계열 운용사인 레오스 캐피탈웍스가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행동주의 성향의 주요 주주들이 연대하더라도 전체 의결권의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 주주들이 달튼의 제안에 대해 사전에 얼마나 많은 지지를 표명하는지에 따라 다른 주주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회사 측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달튼은 자본 효율성 개선을 목표로 2024년에도 후지 미디어 HD에 경영진이 참여하는 인수(MBO)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당시 달튼은 방송을 포함한 콘텐츠 사업에 집중하거나, 보유 부동산의 증권화 등을 통해 MBO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일본에서는 총 의결권의 1% 또는 300개 이상의 의결권을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보유할 경우 주주 제안을 할 수 있다.
달튼은 최소 2023년 11월부터 후지 미디어 HD의 주식을 보유해 왔으나, 2024년 3월 말 주주명부 기준으로는 6개월 연속 보유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025년 주주총회에서는 제안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한편, 후지 미디어 HD는 산하 후지 TV에서 발생한 전직 탤런트 관련 여성 문제로 인해 지난 3월 27일 주주총회에서 이사 15명 중 10명이 퇴임하는 사태를 겪었다.
퇴임하는 이사 중에는 오랫동안 그룹을 이끌어 온 히에다 히사시 이사 상담역도 포함되었다.
지난 3월 31일에는 제3자 위원회의 조사 보고서가 발표되어 인권 경시 풍조를 포함한 후지 미디어 HD의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달튼은 오는 6월 출범 예정인 새로운 체제에 대해 지난 4월 1일 "남은 임원들 또한 히에다 씨가 직접 선별한 ‘올드 보이들’ "이라고 비판하며, 현재 많은 스폰서들이 여전히 CM 방영을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타오 회장과 후지 미디어 HD의 인연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사업가 호리에 다카후미가 이끄는 라이브도어가 후지 미디어 HD의 전신인 후지 TV의 경영권을 노렸을 당시, 기타오 회장은 라이브도어가 후지에 자본 참여하지 않는 형태로 화해를 이끌어내는 데 관여했다.
당시 기타오 회장은 SBI의 전신인 소프트뱅크 인베스트먼트의 경영 최고 책임자를 맡고 있었다.
기타오 회장은 지난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그때 화이트 나이트(우호적 인수자)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미디어, IT, 금융을 융합한 생태계 창출이라는 SBI 그룹의 사업 구상이 후지 산케이 그룹의 재건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경영 참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알파경제 우소연 특파원(wsy0327@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