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정용진 회장의 면피성 사과…스타벅스 84억 증발·4200억 환불 '사면초가'

인사이드 / 이준현 기자 / 2026-06-02 08:17:19
불매운동 전국화 속 선불카드 전액 환불 개시
'고의성 없다' 자체 결론에 시민사회 "면피성" 거센 비판
일주일 만에 결제액 급감…이마트 목표주가 하향 조정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 사과문 발표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도 스타벅스를 향한 불매운동이 전국으로 확산했다.

주간 결제액이 84억 원 이상 감소한 가운데 선불카드 전액 환불 조치가 1일 시작되면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현실화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5월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텀블러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마케팅 홍보물에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문구를 사용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 탱크데이 8일 만에 고개 숙인 정용진,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사태 발생 8일 만인 지난달 26일 정 회장은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19일 손정현 당시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해임한 데 이은 조치다.

정 회장은 "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리며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며 "오늘의 사과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겠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과 이후 이어진 발언과 그룹 측의 자체 조사 결과다.

정 회장은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더 좋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서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과의 맥락에서 자신의 과거 정치적 언행에 대한 면죄부를 스스로 깔았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비판 여론이 꺾이지 않았다.

신세계그룹 역시 "이벤트 동기를 자체 조사한 결과 고의성을 갖고 마케팅을 기획한 사실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부실한 내부 승인 시스템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역사 인식 부족 문제에 선을 그었다.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146개 시민단체는 27일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에 모여 불매운동 전국화를 선언했다.

김학규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는 "정 회장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하면서도 결국 우발적 실수였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훼손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스타벅스는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을 소비거리로 불러냈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죽음을 기업 마케팅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남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 서울지부장은 "우리는 오늘 이 시간부터 전국의 시민사회와 연대해 스타벅스 전면 불매운동에 돌입하고 기프티콘 환불, 앱 집단 탈퇴 등 소비자의 권리를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에 스타벅스 카드 환불 및 회원 탈퇴 기준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 주간 결제액 84억 증발…4276억 선수금 이탈 가시화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스타벅스 주간 결제 금액은 236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직전 주 321억원 대비 84억7000만원 줄어든 수치다.

신세계그룹은 "영업 측면에서 상당한 매출 감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스타벅스 앱 신규 설치 건수도 18일부터 24일 기준 3만6994건으로 직전 주 대비 23.6% 감소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7년간 1위를 지키던 기프티콘 순위는 5위 밖으로 밀려났다.

대규모 자금 이탈 우려는 이달 1일 선불카드 잔액 전액 환불 조치가 시작되며 최고조에 달했다. 스타벅스가 보유한 선수금 규모는 4276억원이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26일부터 10만원권 e카드 교환권과 신규 무기명 실물카드 판매를 중단했다. KT알파도 31일부터 스타벅스 e카드 전 권종 판매를 정지했다.

모회사인 이마트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증권가는 스타벅스 불매운동에 따른 수익 감소를 반영해 이마트 목표주가를 16만7000원에서 12만원으로 내렸다.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 (사진=연합뉴스


◇ 텅 빈 매장에 경쟁사는 반사이익

소비자 이탈은 경쟁사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18일 이후 6일간 투썸플레이스 앱 일평균 활성 이용자 수(DAU)는 12만1619명으로 5월 평균 대비 5.6% 증가했다. 이디야커피와 빽다방 등 타 프랜차이즈 앱 사용량도 상승했다.

서울 주요 스타벅스와 경기도 인근 매장은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채우던 이른바 '카공족'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논란을 잘 모르는 듯한 외국인 손님들만 드문드문 앉아 있었다.

매출 타격은 본사를 넘어 시간제 바리스타와 협력업체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매장 방문객 감소가 협력업체 발주 축소와 근무자 스케줄 단축으로 이어져 피해가 전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역시 지난 5월 22일 스타벅스코리아와 체결했던 장병 복지 증진 관련 업무협약 사업 진행을 잠정 중단했다.

면피성 사과 논란 속에 선불카드 대규모 환불 사태까지 겹치며 스타벅스는 경영 전반에 걸친 거대한 암초에 부딪혔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주요기사

[분석] 극단적 쏠림 현상 심화..6월 변동성 확대시 빠른 대응 준비
[현장] 현대로템, 창원공장 철도 라인 방산 전환...'K2' 생산력 확대
[공시분석] 예스티, 삼성전자와 120억 규모 장비 계약…‘HPA 시장 판도 변화’ 서막
[현장] ‘또 터졌다’ 한화에어로, 10년새 총 13명 폭발사고로 사망…’안전 불감증’ 도마 위
[현장] 2700억 설탕·밀가루 담합 철퇴에 330명 여직원 정보 유출까지…CJ, 총체적 '통제 불능' 도마 위
뉴스댓글 >

건강이 보이는 대표 K Medical 뉴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