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동일인’ 판단기준 명문화… 쿠팡 김범석, 여전히 ‘모호’

인더스트리 / 김다나 기자 / 2023-06-29 18:05:28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시책의 준거점이 되는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 행정예고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다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동안 실무적인 기준으로 처리했었던 ‘동일인(총수) 판단 기준’을 명문화했다. 공식 직함이 ‘회장’이 아니거나 지분이 가장 많은 주주가 아니더라도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

◇ 5가지 지정 기준 정확히 명시

공정위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을 내달 20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공정위는 동일인 판단기준으로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대표자로 인식되는 자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 등 5가지를 제시했다.

5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위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일인을 지정하되 기준에 부합하는 자연인이 없으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게 했다.

구체적으로 기업집단 최상단 회사의 출자자가 자연인이 아니라 계열사나 경영 참여 목적이 없는 기관투자자일 경우, 직·간접 지분이 자연인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동일인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판단 시 최다출자자가 계열회사, 기관투자자일 경우 최상단회사에 대한 직접 지분 외에 국내외 계열회사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간접 지분도 합산해 자연인 중 최다출자자를 판단하게 된다.

또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는 대표이사 등 임원의 임면, 조직 변경, 신규 사업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는 자가 기준을 충족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기업집단 ‘네이버’의 경우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제외 시 ㈜네이버의 최다출자자가 되고 또 GIO를 맡으면서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로 있기 때문에 동일인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 5가지 기준 중에서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나머지 기준들도 실질적인 기준을 결정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참고사항이 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기업집단 ‘한진’의 동일인은 조원태 회장이라고 봤다. 현재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2.32%에 불과해 최다출자자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 최다출자자는 강성부펀드(KCGI, 14.98%)다.

하지만 조 회장은 2019년부터 한진칼의 대표이사이자 그룹 회장을 역임해 최고직위자 요건을 충족한다. 또 조 회장은 한진칼, 대한항공의 대표이사로 경영에 참여 중이고 한진칼 임원 6인 전원이 한진 측 선임 인사로 구성돼 ‘지배적 영향력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제정안에 따르면 82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포스코, KT, KT&G, 쿠팡 등 10개 기업은 사람이 아닌, 회사가 동일인이다.

동일인이 사망하거나 의식 불명, 의결권 행사의 포괄 위임 등으로 더 이상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동일인을 변경할 수 있다.

공정위는 또 동일인 확인 절차를 명문화하고, 기업집단이 공정위의 동일인 판단에 이견이 있을 경우 재협의(이의제기)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의장이 지난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쿠팡 배너가 정면을 장식한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쿠팡 )

◇ 김범석 쿠팡 의장 총수선정 결론 못 내려

공정위는 이번 제정안을 발표하면서 동일인 판단 기준은 국적과 무관한 일반 원칙이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쿠팡의 동일인은 여전히 자연인이 아닌 회사로 남겨놨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첫 번째(최다출자자), 세 번째(경영 지배력), 네 번째(대표로 인식되는 자) 요건을 충족한다”며 “김범석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볼 만한 실체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통상 마찰 이슈 때문에 자연인(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못했다”며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충분히 협의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공정위의 외국인 동일인 총수 지정 계획에 대해 주한미국상공회의소를 통해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공정위는 이번에도 외국인을 총수(공정거래법상 동일인)로 지정할지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21년 쿠팡이 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외국인 총수 지정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쿠팡이 주된 사업 활동을 하는 곳은 한국이지만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김범석 의장이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공정위는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서 동일인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은 총수 없는 기업집단에는 논리상 적용될 수 없어서다.
 

한 위원장은 외국인의 동일인 지정 근거 마련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통상 이슈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사익편취 규제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실효적인 규율에 더해 통상 마찰 문제도 생기지 않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내기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행정예고 기간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 후 전원회의 의결 등을 통해 연내 제정안을 확정·시행할 예정이다. 

알파경제 김다나 기자(rosa3311@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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