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원아시아 대표, 개인회사 빚 갚으려 펀드자금 빼돌려"

인더스트리 / 문선정 기자 / 2025-10-24 17:14:17
"고려아연 '투자사 알 수 없다' 해명 납득 어려워"
고려아연 CI(왼쪽)와 영풍 CI (사진= 연합뉴스)


[알파경제=문선정 기자] 영풍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펀드 자금 유용 사건과 관련해 고려아연의 투자 관리 책임 문제를 제기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가 펀드 자금 유용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원아시아 펀드에 약 5,600억 원을 출자한 고려아연 측은 “펀드의 LP(투자자)는 GP(운용사)에 속한 개인의 행위를 사전에 알 수 없다”며 “합리적이고 정상적 판단에 따라 투자를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영풍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GP가 펀드 자금을 독립적으로 운용·집행하더라도, 대형 LP인 고려아연이 자금운용 실무 부서를 두고 GP로부터 운용 보고를 받는 만큼, 자금 유용 등 이상 징후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 대표가 원아시아의 ‘코리아그로쓰1호’ 펀드 자금을 빼돌린 시기는 2019년 10월경이다. 그는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지배하던 청호엔터프라이스(이하 청호엔터), 청호컴넷, 청호정기 등이 자금난에 빠지자 펀드 자금을 전용하기로 했다.


영풍에 따르면 지 대표는 펀드 자금 30억원을 특정 회사에 투자하는 것처럼 꾸민 뒤 실제로는 청호엔터에 대여해 청호컴넷에 대한 기존 채무를 상환하는 데 사용했다. 또한 펀드 자금 70억원을 투자금 집행 명목으로 인출해 자신과 모친 명의 계좌로 ‘대여금’ 형태로 이체한 뒤 청호정기에 대한 개인 차용금 상환 등으로 사용했다. 

IB업계는 이러한 자금흐름을 봤을 때, 고려아연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GP는 LP에게 투자금의 밸류에이션 변동과 운용 현황을 주기적이고 세부적으로 보고해야 하며, 단일 LP 구조라면 그 보고의 범위가 더욱 상세하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원아시아가 2019년 세워진 신생 사모펀드임에도 같은 해부터 2023년까지 총 8개 펀드에 걸쳐 5,600억 원을 출자했다. 최초 출자한 코리아그로쓰 펀드의 성과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면 이후 출자는 더욱 신중해야 했음에도 회사는 이후에도 꾸준히 투자를 지속했다. 

IB업계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원아시아 지창배 대표와 중학교 동창으로 오랜 친분 관계인 데 주목하고 있다. 상장사라면 필수적인 내부 컴플라이언스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대규모 회삿돈을 투자한 배경에 ‘회장 개인의 인맥’이라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IB업계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여러 LP가 참여하는 펀드 운용사도 투자 현황을 세부적으로 보고하는데, 단일 LP 펀드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라며 “자금 운용 실무 부서를 두고 있다는 고려아연이 투자 펀드의 이상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면, 이는 최윤범 회장의 ‘무능’과 ‘친분 투자’에 실무자들이 수수방관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아시아의 지창배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펀드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횡령)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해 펀드의 출자자들은 일반 투자자가 아니며, 피고인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출자자들의 문제 제기로 수사가 시작된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창배 대표와 중학교 동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곧, 고려아연의 원아시아 출자가 통상적인 회사 자금 운용이 아니라 ‘친구에게 맡긴 돈’이라는 성격을 법원이 판결문을 통해 인정한 셈이다. 아울러 고려아연이 지창배 대표의 펀드 자금 횡령 정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묵인했다는 정황도 시사한다.

 

알파경제 문선정 기자(press@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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