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SK텔레콤의 완전 자회사 편입을 앞둔 시점인 만큼, SK텔레콤이 태광산업과 미래에셋 등이 보유한 SK브로드밴드 지분 인수 과정에서 배당과 관련한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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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 (사진=연합뉴스) |
◇ 작년 순이익 2500억 넘는 3300억 규모 배당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지난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1주당 500원, 총 2008억원의 결산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중간배당액 1334억원을 포함하면 현금배당 총액은 3342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2557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특히 중간배당은 1주당 1300원으로 책정됐다. 지분 74.3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SK텔레콤은 중간배당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태광산업(16.75%), 미래에셋의 엠에이디더블유타이거(8.01%), 소액주주(0.76%)가 중간배당을 수령했다.
SK브로드밴드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현금배당금은 향후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와 경영실적 및 현금흐름의 상황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고 있다"라며 "안정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이 향상되었으며, 2023년 최초 배당 이후 전년과 동일한 규모의 배당을 시행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성장과 수익 확대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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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K텔레콤 |
◇ 태광산업·미래에셋에 'IPO' 대신 '지분인수+중간배당' 가능성
하지만 주요 주주인 태광그룹과 미래에셋그룹에 배당한 금액이 연간 순이익을 넘어서면서 이익잉여금까지 할애해 배당해야 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태광그룹 및 미래에셋그룹이 보유한 SK브로드밴드 지분 24.8%를 1조1459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취득예정일은 오는 5월14일이며, SK브로드밴드 지분 99.14%를 확보하게 된다.
태광산업과 미래에셋은 과거 2018년 5년 이내에 SK브로드밴드의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투자에 참여했으나, IPO 대신 지분 인수 계약에 동의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무리한 배당에 대해 SK텔레콤이 태광산업과 미래에셋 등이 보유한 SK브로드밴드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하는 과정에서 중간 배당에 대한 보상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IPO를 포기하고 지분을 넘기기엔 추가 보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사업보고서에 명시한 대로 경영실적 및 현금흐름의 상황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한 것일 뿐, 별도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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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사진=SK텔레콤 제공). |
◇ SK브로드밴드, 성장둔화에 비용부담까지..."시너지 노려봐야"
다만 무리한 배당이 SK브로드밴드의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유선통신과 미디어 산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 지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 정체 등으로 IPTV, CATV를 포함하는 SK브로드밴드 미디어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0.7% 증가에 그쳤고, 유선통신(DC, 초고속인터넷 등) 사업은 4.5% 늘었다.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면, 향후 IPO보다 모회사 SK텔레콤과 시너지 강화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선(SKB), 무선(SKT) 등 통신사업의 시너지를 키우고, 데이터센터, 해저케이블 등 성장 잠재력이 있는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데 우선 순위를 둘 것"으로 예상했다.
알파경제 류정민 기자(hera20214@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