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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 광의통화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환율 급등을 연결 짓는 시각에 제동을 걸었다.
한은은 16일 블로그에 게재한 '최근 유동성 상황에 대한 이해' 자료를 통해 수도권 집값과 원·달러 환율 상승을 유동성 증가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장은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통화정책만으로 국내 유동성을 완벽히 통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월 광의통화(M2)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8.7%로, 9월의 8.5%에서 소폭 확대됐다. 금융기관 유동성(Lf)은 7.8%, 광의유동성(L)은 7.1%를 각각 기록했다.
한은은 유동성 증가 배경으로 네 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시차를 두고 민간신용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경상수지 흑자 폭이 확대되면서 국외 유동성 유입이 늘었고, 정부 재정지출 확대로 국채 발행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증가세가 이례적이라는 평가에는 선을 그었다. 과거 금리 인하기와 비교하면 이번 인하기의 M2 누적 증가율은 8.7%로 2014년(10.5%)이나 2019년(10.8%)보다 낮다는 것이다.
미국과 비교해도 과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3월부터 현재까지 한국과 미국의 M2 누적 증가율은 49.8%, 43.7%로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M2 범위 밖에 있던 자금들이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으로 대폭 유입되면서 M2 증가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부터 풀린 유동성이 M2 쪽으로 오는 구성 변화가 상당히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환율 상승과 관련해 한은은 올해 1∼10월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가 1171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으며, 경상수지 흑자 폭(896억달러)을 크게 웃돈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국내 수출 기업들이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는 경향도 외환 수급 불균형을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실증 분석 결과 올해 9∼11월 원·달러 환율 상승 폭(+65원) 중 대략 3분의 2 정도가 외환 수급 등 국내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역시 유동성 증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공급 부족 우려와 '똘똘한 한 채' 선호에 따른 특정 지역 가격 상승 기대, 수요 쏠림을 집값 상승의 주된 배경으로 꼽았다.
최근 강남 3구 등 핵심지 주택의 경우 현금 구매 비중이 높아졌는데, 이는 신규 공급 유동성보다 과거부터 누적된 유동성이 수익을 좇아 유입되고 있다는 의미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한은은 이날 M2 통화지표 개편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 M2 구성 항목에서 주식형·채권형 펀드(ETF 포함) 등 수익증권을 제외하기로 했다. 가격 변동성이 커 가치저장 기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개편 M2를 적용할 경우 10월 전년 동월 대비 M2 증가율은 현행 8.7%에서 5%대로 하락하게 된다. 한은은 오는 30일 상세한 개편 결과를 공표하고 내년부터 당분간 기존 M2와 개편 M2 통계를 병행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은은 "자산 가격과 환율 상승 원인을 유동성 증가만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자칫 문제 해결의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중 유동성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국내외 투자자 신뢰 제고를 위한 자본시장 제도 개선 등 정책적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