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돈잔치에 매몰된 삼성 노조, 노동의 미래를 묻는 현대차 노조

인사이드 / 이형진 선임기자 / 2026-05-04 11:31:08
삼성전자 노조(위)와 현대자동차 노조.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 = 이형진 선임기자]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양대 기둥,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노동조합이 일제히 쟁의의 깃발을 치켜들었다. 겉보기엔 같은 노동운동의 형상을 띠고 있으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한쪽은 철저히 당장의 현금 다발을 좇으며 안하무인격 이기주의의 민낯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다른 한쪽은 ‘노동자의 생애주기’라는 묵직한 구조적 화두를 사회에 던졌다.

거대 노조가 마땅히 짊어져야 할 ‘연대’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두 노조의 궤적은 확연히 갈라진다.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 앞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천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벼랑 끝 HBM 위기 외면한 채 ‘돈다발’만 좇는 촌극

​현재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벌이는 파업에는 노동운동의 숭고한 명분은커녕 일말의 철학조차 찾아볼 수 없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노조 스스로 연대의 가치를 무참히 짓밟았다는 점이다.

전체 조합원의 80%를 차지하는 반도체(DS) 부문의 '성과급 상한 폐지'만 부르짖을 뿐 실적 한파에 시달리는 완제품(DX) 부문 조합원들의 벼랑 끝 상실감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파업 참가자에 활동비 300만 원을 쥐여주겠다며 쟁의 기간 조합비를 단숨에 5배나 올린 대목은 노조 집행부의 폭주를 제어해야 할 내부통제 시스템이 철저히 마비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불과 며칠 만에 2500명이 넘는 조합원이 혐오감을 느끼고 탈퇴 행렬에 나선 것은 이들의 투쟁이 얼마나 정당성을 잃었는지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지금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벌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차세대 HBM4 개발을 둘러싼 기술 패권 싸움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그야말로 창사 이래 최대 고비다.

뼈를 깎는 혁신으로 생존을 도모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에, 투쟁을 이끈다는 노조 지도부는 총파업을 앞두고 하와이로 유유자적 휴가를 떠났다. 국가 핵심 산업의 명운이나 협력사 노동자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몫의 성과급 잔치만 벌이겠다는 태도 또한 노동운동의 탈을 쓴 천박한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

타사 노조의 요구를 조롱거리로 삼고 주무장관의 고언마저 들이받는 독선은 스스로를 사회적 갈라파고스로 몰아넣을 뿐이다.
 

2025년 9월 3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년 연장과 로봇에 제동…자본에 맞서 ‘생존’을 묻다

​반면 현대차 노조가 교섭 테이블에 올린 의제는 시사하는 바가 전혀 다르다.

물론 평균 연봉 1억 원이 넘는 이들 역시 귀족 노조라는 매서운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들이 요구하는 ‘64세 정년 연장’은 당장 월급봉투를 두껍게 만들겠다는 얄팍한 계산을 넘어선다.

고령화 사회로 치닫는 대한민국에서 노동자가 어떻게 생애 전반의 일할 권리를 지켜낼 것인가 묻는 묵직한 시대적 질문이다.

​사측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투입하려 하자 노조 동의 없이 들여올 수 없다며 제동을 건 장면도 눈여겨봐야 한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일자리를 집어삼키는 대전환의 시대 속에 거대 자본과 기술에 밀려날 위기에 처한 ‘인간 노동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치열한 방어선 구축이다.

현대차 노조가 노동 생태계의 미래를 걸고 자본과 거대한 체스판을 마주하고 있을 때, 삼성 노조는 동료의 몫을 빼앗아 내 주머니를 채우는 파렴치한 돈놀음에 매달려 있는 셈이다.

​전태일 열사가 자신의 몸을 불사른 이유는 나보다 열악한 처지에 놓인 동료를 향한 숭고한 연대 의식 때문이었다. 수만 명을 품은 초대형 노조라면 마땅히 노동계 전체에 미칠 파장을 헤아려 투쟁의 닻을 올려야 한다.

텅 빈 연대 의식과 맹목적인 돈타령만 남은 삼성 노조의 몽니는 결국 철저한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진정한 투쟁의 정당성은 통장 잔고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끌어안고 노동의 내일을 밝히는 연대의 무게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알파경제 이형진 선임기자(magicbullet@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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