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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김종효 선임기자] 재계 순위 5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방산·에너지 기업 한화그룹이 자본시장에서 매서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잇달아 ‘브레이크’를 걸고 나선 것은 단순히 서류상의 미비함을 지적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자본시장을 대하는 한화그룹의 태도와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경고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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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주주의 희생으로 빚 갚는 ‘책임 경영’의 역설
한화솔루션이 발표한 2조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기존 주식 수의 40%가 넘는 신주 발행은 주가 희석을 피할 수 없는 결정이다.
백번 양보해 그 자금이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설비 투자에 온전히 쓰인다면 주주들도 인내할 수 있다.
그러나 조달 자금의 60% 이상을 회사 빚을 갚는 데 쓰겠다는 계획은 주주들의 뒤통수를 치는 격이다.
경영 실패로 쌓인 부채를 일반 주주에게 손을 벌려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책임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김승연 회장의 무보수 경영 선언이 나왔음에도 금감원이 재차 정정 요구를 한 이유는 명확하다.
상징적인 제스처보다 실질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어떻게 보호하고, 경영진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소명’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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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승계 실탄’ 마련의 통로가 된 유상증자
한화의 유상증자가 유독 비판받는 이유는 과거의 전력 때문.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례에서 보듯, 유상증자 직전 계열사 간 지분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 개인 회사인 한화에너지에 거액의 현금을 쥐여준 행태는 ‘꼼수 승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규모 유상증자로 일반 주주의 가치는 훼손되는 와중에, 총수 일가의 승계 구도는 더욱 공고해지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에서조차 “자본시장을 현금 인출기로 여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현실은 뼈아프다.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지만, 그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특정 가문의 이익을 위해 설계된다면 그것은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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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주가’보다 ‘신뢰’를 먼저 회복하라
한화그룹은 유상증자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주가가 오르면 해결될 일”이라는 식의 안일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주가 부양이 아니라,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다.
이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보호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논의가 힘을 얻는 이유도 한화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단순한 규제 절차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한화솔루션은 "지적과 의견을 겸허히 새기겠다"고 말했다.
이 다짐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유상증자 규모의 단순 조정을 넘어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선안과 주주 환원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재계 5위라는 위상은 덩치만 키운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주주의 신뢰 위에서 완성되는 것임을 한화는 명심해야 한다.
알파경제 김종효 선임기자(kei1000@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