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주요국들은 관련 규제를 준비하거나 이미 시행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내용을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되면서 은행들도 발빠르게 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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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KB국민은행, 상표권 선점부터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에 이어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KB국민은행이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등록에 나섰다. 최근 국회에서 제도 논의가 본격화하자 금융사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 KB에 원화를 의미하는 KRW를 더한 KBKRW, KRWN, KRWKB, KRWL, KKRWB, KRWW 등 모두 17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상품분류는 스테이블코인 전자이체업, 가상통화 관련 재무정보제공 및 자문업 등이다.
KB국민은행 측은 당장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시작한다기 보다는, 은행권 공동 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차원으로 우선 등록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카카오뱅크도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출원했다. BKRW, KRWB, KKBKRW, KRWKKB 등 상표를 암호화폐 소프트웨어, 암호화폐 금융거래 업무 등 상품분류로 나눠 출원했다.
카카오페이도 시장 선제 대응 차원에서 PKRW, KKRW, KRWK, KRWP, KPKRW, KRWKP 등 총 6개 상표를 출원한 바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질수록 전통적으로 은행이 전담하던 사업 영역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대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라며 "기능적인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법정화폐의 유사성이 높아진 만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은행의 관심이 확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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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의안정보시스템, US Congress,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
◇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시작...구체적 내용 보완 필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란 특정 통화에 가치가 페그되어 있는 디지털자산을 지칭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원화에 가치가 페그되어 있는 디지털자산을 의미한다.
스테이블코인의 장점 중 일반 사용자가 가장 공감하는 부분은 비용이 낮고 결제 시간을단축시킨다는 점이다. 스테이블코인 송금·결제는 기존 인프라를 상당 부분 우회 가능하여 비용이 낮으며 일부 블록체인에서는 송금 시 10원 이하의 비용이 발생한다.
액수가 늘더라도 비용이 달라지지 않으며 결제, 인도, 정산 절차가 24시간 즉각 이뤄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다른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과의 환전도 낮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발행되면 실질적으로 통화발행과 같은 통화량 증대가 나타날 수 있어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줄곧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 선임된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은 오래전부터 원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통해 ▲원화가치 방어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 경쟁력 제고 ▲국내외 스테이블 코인 시장내 한국 영향력 강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선 이후 스테이블코인 관련 공약 이행의 과정으로 법제화가 시작되었고 이를 추진하겠다는 신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6월 11일에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안으로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지만 미국에서 상원을 통과한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GENIUS 법안과 달리 블록체인 사용 가능 여부, 준비금에 보유할 수 있는 자산 기준 등에 대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법안 보완 내지는 추가적인 법안 발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현재 법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금융위원회 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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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
◇ 원화 스테이블코인 2030년 발행량 35조 전망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2030년까지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3조7000억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추진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2024년에 전년 대비 56% 성장한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법안 통과를 바탕으로 매년 전년 대비 60%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3조7000억달러에 근사한 수치를 얻을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내년부터 발행되어 원화 통화량에서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유동 연구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유의미한 발행 사례가 없었지만 법제화 논의가 시작되며 시장 내 곧 발행 사례가 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내년부터 발행되어 2030년까지 발행량이 35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다르게 내수 중심으로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침투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딜 것"이라며 "한국 결제 환경이 기타 선진국에 비해서 우수한 점도 상대적으로 더딘 침투 속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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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은행,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전망 |
◇ 가능성은 무궁무진...관련 기업 변동성 당분간 확대
아직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관련 구체적이고 통합적인 근거 법령 통과도 아직 안된 상태고, 시장의 방향성, 구체적인 사업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합의가 덜 되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사, 유통사, 운용사, 시스템 구축(SI) 등에 대한 기업 분류조차 결정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지만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시장의 가시적인 성장성과 국내 시장도 규제일변도에서 육성 또는 최소한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상황은 분명하다"라며 "수혜 가능한 관련 업종, 기업들의 벨류에이션 변동성은 향후에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알파경제 김혜실 기자(kimhs211@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