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투사 제도를 도입하고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허용해 왔으나, 여전히 기업금융의 질적 개선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핵심은 모험자본 비중을 늘려 글로벌IB로서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모험자본 비중을 늘리고, 부동산 투자 비중을 줄이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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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
◇ 발행어음·IMA조달 자금 25% 모험자본 공급해야
1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일 종투사 CEO와 간담회를 개최하여, 종투사 제도개선을 중심으로 한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종투사의 기업신용공여가 확대되고,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Investment Management Account)로 조달한 자금의 25% 규모에 해당하는 모험자본 공급의무가 신설된다.
금융당국은 2013년 종투사 제도를 도입하여 기업신용공여와 전담중개업무를 허용하고, 2017년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허용했다.
하지만 주요 글로벌IB는 M&A, 채권, 주식 등 IB업무 영역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국내 종투사는 수익·자산운용 구조가 일반증권사와 전반적으로 유사하고, 모험자본·지분금융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현재 발행어음 조달액은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50% 이상, 부동산에 30% 이하 운용하고 있으나, 발행어음을 영위하는 4조원 이상 종투사에는 전체 운용자산 중 발행어음 조달액의 25% 규모에 해당하는 국내 모험자본 공급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모험자본은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주식 투자, A등급 이하 채무증권, P-CBO 매입, 상생결제 및 VC·신기사·하이일드 펀드 투자 등이 포함된다. 이와 더불어 발행어음 운용자산의 부동산 관련 자산 운용한도는 현행 30%에서 2026년 15%, 2027년 10%로 점진적으로 하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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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 |
◇ IMA 1호 사업자는?...투자 비중 관리 강화에 '갸우뚱'
2017년 도입 이후 그간 영위 사례가 없었던 종합투자계좌(IMA)도 원금지급 성격을 명확히하고 세부 제도를 보완하여, 이를 바탕으로 연내 발행어음·IMA 업무를 영위하는 종투사 지정 절차를 개시할 계획이다.
종합투자계좌(IMA)는 고객 예탁 자금을 통합하여 기업금융 관련 자산(70% 이상) 등에 운용하고 그 결과 발생한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좌로,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에 허용되는 업무다. 현재 8조원 기준에 부합하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뿐이다.
당국은 IMA가 종투사의 기업금융 재원으로 적극 활용되고 투자자의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원금지급 구조, 만기, 한도 등 세부제도를 구체화한다.
IMA는 종투사가 원금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상품임을 명확히 하고, 폐쇄형·추가형, 만기·성과보수 등 상품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 단, 만기가 설정된 경우 만기에만 원금이 지급되며, 투자자가 중도에 해지하는 경우에는 운용 실적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원활한 기업금융 공급 수단이 될 수 있도록 만기 1년 이상인 상품을 70% 이상 구성하도록 하며, 발행어음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관련 자산 운용한도 하향(30%→10%), IMA 운용자산 25% 규모의 모험자본 공급의무(단계적 상향)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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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
◇ 업계 "IMA 한도·투자 비중 제한 실망"
이번 발표에 대해서 증권업계는 발행어음 및 IMA 투자 비중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면서 수익률 유지가 어렵다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투사가 조달한 발행어음은 현재 대부분 부동산 비중 30%를 꽉 채워서 운용 중이고, 이밖에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SPC(특수목적법인)에 대한 지분 투자 비중도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투자 비중을 당장 10%로 줄이고, 모험자본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또 IMA 역시 자금 조달 한도가 발행어음과 통합해 자기자본의 300%(200%+100%)로 제한되면서 업계의 실망감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B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모험자본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는 맞지만, 당장 모든 종투사가 기업금융 확보에 나서면서 리스크 관리나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알파경제 김혜실 기자(kimhs211@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