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이번 투자가 경영능력 입증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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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한화생명 CGO 사장. (사진=한화생명) |
◇ 리포그룹 노부은행 지분 투자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생명이 인도네시아 재계 6위 리포그룹(Lippo Group)의 노부은행(Nobu Bank) 지분 40%에 투자해 경영권을 포함한 주요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지난해 5월 리포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 1년 만에 인수를 최종 마무리했다.
이번 지분 인수는 김동원 사장이 글로벌 리더들과 쌓아온 네트워크 기반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다.
김동원 사장은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보아오포럼 같은 국제 행사에 꾸준히 참석하며 글로벌 금융리더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특히 리포그룹 존 리아디(John Riady) 대표와는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후, 2023년 리포손해보험 인수를 성사시켰고, 지난해 5월 노부은행 지분 투자 계약을 성사시켰다.
한편, 노부은행은 지난해 기준 총자산 약 3조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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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김동원 한화생명CGO 사장과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 부회장, 아드리안 수헤르만(Adrian Suherman) 리포그룹 MPC 대표, 존 리아디(John Riady) 리포그룹 대표가 지난해 5월 3일 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 '노부은행(Nobu Bank)'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화생명] |
◇ 글로벌 이익 부진 딛고 종합금융그룹 도약할까
이번 투자를 통해 한화금융계열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자산운용업에 이어 △은행업까지 본격 진출하며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게 됐다.
한화생명은 디지털 금융 기술력과 노부은행의 현지 오프라인 영업 전략을 결합해 30세 이하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인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리테일 금융 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생명은 국내 보험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자, 동남아 시장을 비롯한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해외 진출 성적이 부진했던 만큼 이번 인도네시아 성적은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실제 베트남 현지법인의 작년 순이익은 447억원으로 전년 대비 5% 감소했고, 베트남법인의 자회사 한화금융기술은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역시 지난해 순손실 64억원을 기록해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또 리포손해보험 역시 지난해 순이익이 5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66%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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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63빌딩 |
◇ 디지털 손보 '캐롯' 적자 행진 끝 한화손보 합병
김동원 사장이 오랜 기간 공을 들였던 디지털 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의 실패 역시 글로벌 사업이 꼭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캐롯손해보험은 2019년 출범 이후 2022년 832억원, 2023년 748억원, 2024년 658억원 등 6년째 적자를 기록하다 결국 모회사인 한화손해보험과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캐롯손해보험은 디지털 손해보험사 특성상 비대면 채널 제약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린는 데 한계가 있었다. 보험은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만기가 긴 특성상 대면 설명이 유리한 산업이다. 이에 이해가 쉬운 소액·단기 상품 위주로 영업을 한 결과 수익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한화손해보험은 자본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자회사 캐롯손해보험을 올해 9월 중 합병하기로 하며, 김동원 사장이 설립 당시부터 참여했던 캐롯손해보험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보험업계에서는 10년 넘게 한화생명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김 사장이 인도네시아 등에서 글로벌 종합금융회사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알파경제 김혜실 기자(kimhs211@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