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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 여수 제2사업장 전경 사진. (사진=여천NCC) |
[알파경제=차혜영 기자] 한화그룹과 DL그룹이 합작 설립한 여천NCC가 이달 말 부도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두 대주주 간 자금 지원을 둘러싼 입장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추가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DL그룹은 워크아웃을 주장하며 지원을 거부하고 있어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9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따른 적자 누적으로 이달 말까지 약 3100억원의 운영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회사채 발행과 대출 등 자금 확보 수단이 모두 막힌 가운데 오는 21일까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불가피하다.
여천NCC의 지분 50%씩을 보유한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자금 지원에 대한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여천NCC에 대한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대여를 승인했다. 한화그룹은 주주사들이 각각 1500억원씩 자금을 지원하고 산업은행 외화 보증 재개 및 자산 유동화 담보대출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8월 디폴트 위험을 피하고 연말까지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DL그룹은 추가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워크아웃 신청을 주장하고 있다. DL그룹에 따르면 올해 3월 한화와 DL은 여천NCC에 대해 각각 1000억원씩 증자를 진행했는데, 당시 여천NCC는 이번 증자를 마치면 연말까지 현금흐름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 여천NCC 주주사 관계자들이 모인 긴급 회의에서 "내가 만든 회사지만 신뢰가 안 간다"며 "디폴트에 빠져도 답이 없는 회사에 돈을 꽂아 넣을 수는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DL케미칼 관계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지원하는 것에 우선해 현금흐름은 왜 안 좋아진 것인지, 영업하락 때문이라면 스스로의 자구책은 얼마나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갖춰져있는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한화와도 이러한 생각을 공유했으며 양 주주사는 공동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여천NCC의 정확한 상황 판단과 문제 해결을 위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작 계약에 따라 증자 또는 자금 대여는 한쪽 주주 단독으로 불가능하며 여천NCC 이사회 승인이 필수적이다. 현재 여천NCC 이사진 중 DL이 지명한 이사들이 자금지원을 반대해 한화그룹이 승인한 1500억원 지원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4일에도 이해욱 DL그룹 회장과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이 만나 협상을 벌였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여천NCC는 1999년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이다. 연간 에틸렌 229만톤, 프로필렌 129만톤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 620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2020년대 본격화한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으며, 2022년 3477억원, 2023년 2402억원, 2024년 23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여천NCC는 8일부터 전남 여수 3공장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한화 측은 공장 가동 정지로 연간 약 900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알파경제 차혜영 기자(kay33@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