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대만엔 200조 생태계, 한국선 성수동 삽겹살에 소맥…‘젠슨 황 테마주’에 취한 韓 증시

인사이드 / 김종효 선임기자 / 2026-06-03 08:57:25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종효 선임기자] ​기어이 ‘젠슨 황 동선 추적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오는 5일 방한을 앞두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잠실야구장 마운드에 올라 시구할 것이란 소문이 도는가 하면 주요기업 총수들과 ‘삼쏘(삼겹살+소맥)’ 회동을 할 것이란 예측에 서울 성수동의 한 고깃집은 일찌감치 예약이 마비됐다.

​주식 시장은 한술 더 뜬다. 그와 밥 한 끼 같이 먹을 것이란 기대감 하나만으로 별다른 접점도 없는 기업들에 실시간으로 ‘젠슨 황 테마주’ 딱지가 붙고 주가가 널뛴다. 세계적인 팝스타 내한 공연을 방불케 하는 맹목적인 열광이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 전 냉혹한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과연 한국을 AI생태계의 진정한 동반자로 대우하고 있을까.

며칠 전 대만에서 보여준 행보와 비교하면 답은 명확하다.​

젠슨 황은 방한 직전 대만에서 열린 행사에서 대만을 “AI 혁명의 중심지”라 치켜세우며 연간 1500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파운드리 1위 TSMC를 필두로 폭스콘과 콴타 등 칩 생산부터 AI 서버 조립과 첨단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완벽한 생태계를 대만 섬 전체에 깔아주고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선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서라도 지켜야 할 대체 불가능한 ‘공급망 심장’이다.

반면 한국 일정은 철저한 화제성 이벤트와 영업 스킨십에 맞춰져 있다.

앞서 대만 현지 식당으로 한국 기업인들을 따로 불러 ‘대만식 치맥’을 대접하며 “한국도 대만도 모두 특별하다”는 교묘한 립서비스를 남겼다. 며칠 뒤 한국으로 건너와서는 재계 총수들과 소탈하게 성수동 삼겹살 불판을 마주한다.

거대한 자본은 대만에 심고 한국에선 스킨십으로 환심을 사는 철저한 투트랙 장사술이다.  

 

(사진=연합뉴스)

​냉정히 말해 한국은 어떤 위치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우위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 시각에서 한국은 여전히 성능 좋은 부품 하청업체이자 비싼 자사 AI 칩을 대량으로 사주는 ‘초우량 고객님’이다.

이번 방한은 치열해지는 AI 칩 경쟁 속에서 핵심 고객사를 빼앗기지 않고, HBM 물량을 안정적으로 쥐어짜기 위한 고단수 영업 활동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도 우리 언론과 주식 시장은 껍데기뿐인 호재에 장단을 맞춘다. 

 

동선 추적 사이트에 이름이 오르내렸다고 하루아침에 기업의 본질 가치가 바뀌거나 핵심 공급망 주도권을 쥐는 건 아니다.

대만이 생태계 전체를 묶어내며 멀찌감치 달아나는 동안, 글로벌 CEO의 밥상머리 동선 하나에 일희일비할 것인가. 

 

HBM 1위에만 안주한 채 파운드리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한국 반도체는 언제든 거대 빅테크의 단순 하청 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

​성수동 고깃집에서 젠슨 황이 기분 좋게 말아줄 달콤한 소맥에서 이제 그만 깰 시간이다. ‘젠슨 황 테마주’라는 허상에 열광하기엔 글로벌 공급망 전쟁의 민낯이 너무나도 서늘하다.

 

알파경제 김종효 선임기자(kei1000@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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