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LGU+, 증거인멸 의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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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홍범식 LGU+ 대표이사가 해킹 사태와 관련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조적으로 돌던 '털렸던 곳·털린 곳·털릴 곳'이라는 밈이 현실이 됐다.
SKT 해킹 당시 "우리는 안전하다"며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던 KT와 LG유플러스마저 불과 5개월 만에 같은 처지에 놓였다.
◇ "안전한 KT로 오세요"…5개월 만에 역풍 맞은 위선적 마케팅
앞서 지난 4월 SKT 유심 해킹 사태 직후, KT와 LG유플러스는 경쟁사의 위기를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KT 대리점 곳곳에는 'SKT 해킹'이라는 간판이 세워졌고, "안전한 KT로 오세요"라는 안내문이 버젓이 붙었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고객 대응 시나리오에 "몇만 원과 소중한 고객님 정보를 바꾸시겠느냐"는 문구까지 사용했다.
LG유플러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LG유플러스 기지국은 암호화돼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소액결제도 철저히 보호되고 있다'는 공지를 띄웠고, 일부 대리점은 SKT 해킹 관련 집단소송 신청 대행을 홍보하기까지 했다.
이 여파로 SKT는 80만 명의 가입자가 이탈했고, 이 중 14만 8000명이 KT로, 11만 4000명이 LG유플러스로 옮겨갔다.
SKT는 결국 7월 KT의 '해킹 마케팅'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뒤, 상황은 정반대로 뒤집혔다. 8월부터 KT에서 무단 소액결제 피해가 속출했고, LG유플러스에서는 내부 서버 8938대와 계정 4만2526개가 유출된 정황이 드러났다.
KT 해킹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SKT가 털렸던 곳, KT가 털린 곳, LG유플러스가 털릴 곳"이라는 밈이 빠르게 확산됐다.
냉소적인 농담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정확한 예언이 된 것이다.
커뮤니티에서는 "SKT 유심 사고 때 KT로 왔는데 또 당했다", "어느 한 곳도 믿을 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SKT 해킹당했다고 KT 간 사람들 오히려 더 큰 피해 보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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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부인과 은폐로 일관한 KT·LGU+
KT와 LG유플러스의 초기 대응은 SKT보다 더욱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8월 미국 보안 전문지가 해킹 정황을 폭로했을 때, 두 회사는 단호하게 부인했다.
KT는 "우리 망에서 유출된 것이 아니며 침해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고, LG유플러스는 "조사 결과 특이사항이 없다"고 일축했다.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LG유플러스는 7월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해킹 정황 통보를 받았지만, 8월 12일 해당 서버의 운영체제를 재설치해 포렌식 분석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후 "해킹 흔적 없다"고 보고했지만, 자체 점검 결과 숫자 '111111' 입력만으로 시스템 접근이 가능한 취약점 8건이 발견됐다.
KT 역시 7월 19일 KISA로부터 해킹 의혹 통보를 받은 뒤 불과 13일 만에 문제의 원격상담시스템 서버를 폐기했다. 당초 8월 21일 이후 폐기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8월 1일로 앞당겨진 것이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정부기관의 해킹 의혹 통보를 받은 뒤 서버를 폐기한 것은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결국 21일 국정감사에서 LG유플러스 홍범식 대표는 "침해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 신고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며 뒤늦게 KISA 신고를 약속했고, 김영섭 KT 대표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합리적이고 마땅한 수준에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후 23일 LG유플러스는 '국민적 염려 해소 차원'이라며 결국 신고서를 제출했다.
SKT는 지난해 정보보호 인력의 77%를 외주로 운영했고, KT는 41%, LG유플러스는 56%를 유지했다. 전문성 확보엔 유리하지만, 비상시 체계적 대응력은 떨어진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부는 연이은 해킹 사고와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커진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22일 징벌적 과징금 도입과 직권 조사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범부처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