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지드래곤 앞세우고 석탄 투자?"…하나금융, 그린워싱 논란에 강력 반발

인사이드 / 이준현 기자 / 2025-12-15 12:17:45
하나금융 "니켈 제련소 투자일 뿐, 석탄 발전 유용 차단 조항 있다"
환경단체·팬덤 "전력원 100% 석탄이면 그게 바로 석탄 금융"
함영주·이은형 'ESG 컨트롤타워' 책임론 부상…인니 리테일 악재 우려도

(사진=하나금융)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하나금융그룹(회장 함영주)이 최근 불거진 '인도네시아 석탄 화력 기반 제련소 투자' 논란에 대해 "사실관계가 틀린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그룹 모델인 가수 지드래곤(GD)의 팬덤까지 가세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의혹을 제기하자, 하나금융 측은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니켈 확보를 위한 투자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공장 가동을 석탄 발전에 의존하는 이상 '무늬만 친환경'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어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하나금융 측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은 함영주 회장이 공들여온 그룹의 ESG 거버넌스(지배구조) 시스템이 실무 투자 심사 단계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지고 있다.

15일 금융권 및 외신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은 하나은행이 인도네시아 'PT 할마헤라 자야 페로니켈(HJF)' 제련소 프로젝트에 대한 총 5억 3000만 달러(약 7700억 원) 규모의 신디케이트 론에 참여하면서 불거졌다.

HJF는 인도네시아 재벌 하리타 그룹의 니켈 제련 자회사로, 오비섬에서 운영 중인 제련소 전력을 석탄 화력 발전소에 의존하고 있다. 당시 하나은행은 싱가포르개발은행(DBS), UOB 등과 함께 대주단으로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하나은행 자금이 투입된 해당 프로젝트가 지난 2021년 그룹이 대외적으로 공표한 '탈석탄 금융 선언'과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정작 투자를 결정한 사업장은 석탄 화력 발전소를 주 동력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 하나금융 "석탄 아닌 니켈 제련 투자…자금 용도 제한"

이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석탄 발전소' 자체에 투자한 것이 아니며, 사실관계가 왜곡됐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해당 투자는 하리타 그룹의 자체 화력 발전소가 아닌, 이차전지 소재인 '니켈 제련 법인'에 대한 지원"이라며 "전체 8000억 원 규모 중 하나은행은 일부만 참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자금의 용도에 대해 "주관사인 UOB를 통해 자금이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이나 운영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차단하는 이행 조건을 명확히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 측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는 '자금의 용도'보다 '사업의 구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금융의 ESG 컨트롤타워는 함영주 회장이 총괄하고, 이은형 부회장이 글로벌·ESG 부문장을, 오정택 부사장이 실무를 지휘하는 '3각 편대' 구조다.

하지만 이들은 정작 '석탄 화력'을 기반으로 가동되는 공장에 자금이 투입될 때 발생할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업계 일각에서는 니켈이 2차전지 소재라는 명분이 있었더라도, 전력원이 100% 석탄이라면 이는 '그린워싱(Green Washing)'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평가했다. 

 

(사진=하나금융)


◇ "GD 얼굴에 먹칠 말라" 팬덤 반발

이번 사태를 확산시킨 주체가 환경단체를 넘어 'K팝 팬덤'이라는 점은 하나금융에게 난처한 대목이다.

기후 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과 지드래곤 팬덤은 "하나, 석탄 말고 K팝을 가져와라(Hana, Bring K-pop Not Coal)"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하나금융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 하리타 그룹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87만 톤으로, 가솔린 승용차 236만 대 분량과 맞먹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팬들은 "은행이 모델의 선한 영향력을 이용해 막대한 탄소 배출 사실을 가리고 있다"며 정확히 '그린워싱'을 타격하고 있다.
 

함영주 회장이 하나금융그룹의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밸류업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

 

◇ 공들인 '인니 리테일' 흔들리나

더 큰 문제는 이번 리스크가 하나금융의 글로벌 핵심 전략인 '인도네시아 리테일 영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은행의 인도네시아 디지털 법인 '라인뱅크'는 현지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입자 120만 명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K팝 소비층과 라인뱅크의 주 고객층이 겹친다는 점이 변수다.

현지 환경단체와 결합한 K팝 팬덤의 반발이 '계좌 닫기'나 '불매 운동'으로 이어질 경우, 수년간 공들인 신남방 시장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치호 경제평론가 겸 행정학 박사는 "하나금융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향후 '함영주 호' ESG 경영의 진정성을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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