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강화책, 실효성은 '제로'
사고 후에도 제대로 된 처벌·감독 시스템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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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금융권이 내부통제 강화를 외치며 제도 개선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지만, 횡령과 배임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5대 시중은행에서 7건의 금융사고가 공시됐으며, 총 652억6500만원 규모에 달한다.
◇ 구호만 요란한 내부통제
28일 국회 강민국 의원실(경남 진주시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금융업권 금융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5년 4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468건으로 금액은 8422억8400만원에 달했다.
금융사고 피해액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19년 424억4000만원(60건), 2020년 281억5300만원(74건), 2021년 728억3000만원(60건), 2022년 1488억1600만원(60건), 2023년 1423억2000만원(62건), 2024년 3595억6300만원(112건)으로,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권별로는 은행권이 4594억9700만원(54.6%)으로 금융사고 규모가 가장 크며, 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1158억3100만원(25.2%)으로 최다 금액을 기록했다. 이어 국민은행 912억9600만원, 경남은행 601억5900만원 순이다.
은행권에서는 횡령·유용 유형이 1673억1800만원(13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은행권은 '금융사고 제로(0)'를 목표로 올해부터 책무구조도를 도입했으나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 35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공시했고, 농협은행은 204억931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국민은행도 4월 22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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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 내부통제 강화책, 실효성은 '제로'
2025년 1월부터 금융지주·은행에 '책무구조도'가 본격 가동되면서 내부통제가 한층 강화된다고 했지만, 여전히 대규모 금융사고는 발생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임원이 담당 직책에 따라 구체적 책무를 지정한 것으로,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임원은 해임 요구 등 신분 제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은행들은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자금세탁방지시스템 재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45억 4000만원 규모의 '준법·자금세탁방지시스템 재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며, 신한은행도 32억원 이상을 투입해 '자금세탁방지시스템 고도화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금세탁방지부를 자금세탁방지본부로 격상하고 임원 자리를 신설했으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자금세탁방지본부를 승격·신설해 책임자로 임원을 임명했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현업에 이상거래 탐지시스템(FDS)을 도입해 금융사고 선제 방지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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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한은행) |
◇ 사고 후에도 제대로 된 처벌·감독 시스템 부재
'내부통제 모범생'으로 불리던 신한은행마저 올해 금융사고 소식이 연이어 나오면서 '금융사고 무풍지대'라는 명성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2월 19억98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에 이어 3월에는 직원이 총 17억72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공시했다.
특히 신한은행의 사례는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한 직원이 2021년 1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7억원 상당을 횡령했음에도 2년여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는 내부통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지적된다.
금융감독 체계의 허점도 심각하다. 최근 '불법 계좌 개설', '횡령' 등 금융사고가 발생한 대구은행, 경남은행이 지난 5년간 금융감독원의 정기 검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년간 금감원이 매년 정기 검사를 시행한 금융기관 수는 많아야 30개 수준에 불과하다.
사외이사의 감시 체계도 유명무실하다. KB금융지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결의한 382건의 안건을 모두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는 내부통제를 감시해야 할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미흡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금융기관들은 "직원 개개인의 일탈을 완벽하게 방어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변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알파경제 김교식 기자(ntaro@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