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건당 12분 8초 내 완료 압박…"신호 다 지키면 달성 불가능한 구조"
마감 직전 콜 끊기는 알고리즘 의혹까지
![]() |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와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건당 최저임금 도입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보장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배달 플랫폼들이 수년 전부터 라이더를 통제하는 핵심 기제로 활용해 온 '시간제 미션' 제도가 도로 위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는 사회적 무관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배달 단가 낮춘 배민·쿠팡 플랫폼…안전과 맞바꾼 미션 수당
플랫폼 업계의 미션 제도는 최근 도입된 신규 프로모션이 아니다.
배달 산업 성장기부터 라이더의 배달 건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핵심 수익 구조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과거 건당 4000원 선을 웃돌던 배달 플랫폼 기본 배달료는 최근 2000원대까지 하락했다. 플랫폼 업계가 무료 배달 출혈 경쟁과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라이더 지급 단가를 지속해서 삭감한 결과다.
물가 상승에도 운임이 깎이면서 라이더들은 줄어든 수입을 메우기 위해 플랫폼이 임의로 부여하는 미션 수당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쿠팡이츠는 3시간 내 14건 배달 완료, 배달의민족은 3시간 내 230포인트 달성 등 단기 목표를 내걸고 이를 충족한 라이더에게만 보너스를 지급한다.
구조적으로 기본급을 깎고 인센티브로 노동 강도를 쥐어짜는 방식이다.
한 전업 라이더 A씨는 "기본 단가를 계속 낮춰놓으니 이제는 미션 보너스에 당첨되지 않으면 최저시급도 맞추기 힘든 지경"이라며 "화면에 미션 알림이 뜨면 사고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입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
|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배달라이더들이 교차로를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신호 지키면 물거품 되는 미션 시스템
문제는 플랫폼이 제시하는 목표치가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달성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물리적 한계를 지닌다는 점이다.
쿠팡이츠 기준인 3시간 14건을 처리하려면, 1건당 평균 배달 소요 시간은 12분 8초를 넘겨선 안 된다.
식당 이동부터 조리 대기, 고객 인도까지 모든 과정을 합산한 수치로, 사실상 과속과 신호 위반을 구조적으로 강제하는 셈이다.
이처럼 수익 극대화를 위해 짜인 살인적인 시스템이 수년째 가동되고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철저히 가려져 왔다.
또 다른 라이더 B씨는 "3시간 안에 14건을 빼려면 횡단보도 대기 시간조차 아까워 신호를 다 지키고는 절대 불가능하다"며 "얼마 전 미션 마감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과속하다 교차로에서 하마터면 큰 사고가 날 뻔했다"고 말했다.
![]() |
| 7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라이더가 배달 음식을 수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누구는 주고 누구는 숨기고…불투명한 알고리즘 논란도
미션 부여 자격과 배차 할당 기준이 플랫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철저히 감춰진 점도 현장 노동자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동일 시간대 같은 지역에서 대기해도 일부 라이더에게만 미션이 부여되거나 목표 건수와 보상 금액이 개인마다 다르게 설정된다.
특히 목표 달성 직전에 고의로 배차를 중단해 미션 실패를 유도한다는 이른바 '콜 묶기' 의혹도 배달 노동자 사이에서 끊이지 않는다.
알고리즘의 판단 근거를 알 수 없는 라이더들은 플랫폼의 일방적 통제와 지시에 무방비로 놓였다.
라이더 C씨는 "누구는 3시간 230포인트 미션이 뜨고 누구는 조건이 안 맞아 화면에 보이지도 않아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며 "실패 확률도 높은 데다 마감 직전 1건을 남기고 콜마저 끊기면 그간의 노력과 시간, 기름값만 통째로 날리는 셈"이라고 밝혔다.
![]() |
| (사진=연합뉴스) |
◇ 사고 나면 라이더 책임…사각지대 놓인 플랫폼 안전망
시스템이 생명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논의는 오로지 '라이더의 난폭 운전'이라는 결과에만 머물러 있다.
노동계와 일부 언론이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플랫폼의 미션 문제를 꾸준히 지목해 왔지만, 당국의 실질적인 실태 조사나 근본적인 제도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방관 속에 살인적인 미션 제도가 버젓이 운영되지만 사고 발생 시 플랫폼 기업은 법적 책임의 사각지대로 완벽히 숨어들었다.
라이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특수고용직) 신분으로 위탁 계약을 맺는다.
무리한 운행 중 발생한 교통사고 형사 책임과 오토바이 수리 비용은 온전히 라이더 개인 몫이다. 플랫폼 측은 미션 제도가 강제성 없는 자발적 프로모션일 뿐이라며 사실상의 노무 지휘 책임을 회피한다.
노동계는 배달 단가 인하와 단기 미션 결합이 플랫폼 노동자 안전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구조적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배달 노동계 현장에서는 최소 생계를 보장하는 안전 운임제 법제화와 알고리즘 배차 시스템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