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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한 상가의 부동산 모습.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 10일 만에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뚜렷한 냉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거래량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최근 급등세를 보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6월 다섯째주 서울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40%로 전주(0.43%) 대비 소폭 감소했다. 특히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권의 상승폭이 일제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0.84%에서 0.73%로, 서초구는 0.77%에서 0.65%로, 송파구는 0.88%에서 0.75%로 각각 상승폭이 축소됐다. 강동구(0.74%→0.62%), 용산구(0.74%→0.58%), 성동구(0.99%→0.89%), 마포구(0.98%→0.85%) 등 서울 주요 선호지역의 상승세도 동반 둔화됐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은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80%에서 70%로 강화됐고, 주택 구입 후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부과됐다.
이번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의 74%가량에서 대출액 감소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가 14억6000만원인 점을 고려할 때, LTV 70% 적용 시 종전 10억2000만원까지 가능했던 대출이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평균 4억2000만원의 대출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거래량 급감도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6·27 대책 전 일주일(6월 20~26일)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1629건이었으나, 이후 일주일(6월 27일~7월 3일)은 577건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6·27 대책이 아직 시세에 반영되지는 않았으나 선행지수 격인 거래가 급격히 줄고 있어 다음주에는 정책적 효과가 나타나며 상승폭이 급격히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추가 대책 시사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며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은 많다. 공급 확대책, 수요 억제책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가계부채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전반적인 금융 건전성에 어려움이 있다"며 "불가피하게 시행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의 효과는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2017년 12월 전격적인 대출 규제를 실시해 15주 뒤 서울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되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반년 뒤에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반전되면서 정책 효과의 지속성에 한계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대출 규제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근본적인 공급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남권의 상승세는 둔화했으나 양천구와 영등포구 등에서는 여전히 기록적 상승세를 보이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출 규제로 단기 과열된 시장 수요를 억제해놨고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정책과 지역 균형 발전을 통한 수요 분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월별·분기별 금융권 대출총량 관리목표 준수 여부를 철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지역 LTV 추가 강화, 전세대출·정책대출 등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 확대, 주담대 위험가중치 조정 등 준비된 추가 규제 조치를 즉각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빚을 레버리지 삼아 주택을 구입하는 행태로 주택시장의 과열과 침체가 반복됐다"며 "한정된 대출 재원이 투기적 분야가 아닌 자본시장과 기업 등으로 유입돼 경제회복에 기여하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더라도 공급 부족 상황 속에서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알파경제 김교식 기자(ntaro@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