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이라면 말이 되는 보고 체계”
김범석의 이너서클, 변호사 보고 받고 주요 사안 결정
고소고발 난무, 미국 시장에 상장해서 어쩔 수 없는 일?
▲ (출처:알파경제 유튜브) |
[알파경제=영상제작국] 쿠팡은 각 사업부문에 변호사를 배치해놓고, 모든 사업현황을 취합·분석·검토해 경영진에 보고하는 특이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마치 거대한 로펌 구조와 같은데요. 쿠팡이 이런 특이한 태생적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는 배경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코트라에서 근무한 고위직 출신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가는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처럼 특허 문제가 중요한 제조기업은 모든 비즈니스 현장에 변호사들을 대동한다”
“쿠팡처럼 변호사 고용이 많은 형태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고 말합니다.
물론 쿠팡도 물류센터 및 물류 시스템과 관련 수백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기업과 달리 쿠팡은 기술 특허보다 비즈니스 특허가 많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비즈니스 특허는 공격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죠.
쿠팡에 법률가가 많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쿠팡에는 현재 100여명 가량의 변호사가 근무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렇다고 고소·고발이 난무한 쿠팡의 행동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 쿠팡 김범석, 변호사 강한승의 고객이었다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는 김앤장 변호사 출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라는 점을 차치하고, 강한승 대표는 김앤장 근무 당시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을 담당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요.
알파경제 취재 결과, 지난 2020년 강한승 변호사가 선임 됐을 당시, 쿠팡 비즈니스와 내부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을 만큼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임원들 역시 화들짝 놀랄 정도였다고 합니다.
여러 증언을 종합해보면 김범석 의장은 1조원대 손실 발생에도 눈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강심장의 소유자로 특히 자신의 결정에 대한 믿음과 신념이 강해 때론 고집불통, 옹고집이라는 평가까지 들었다고 알려집니다.
강한승 변호사는 김앤장 시절 까다롭기 그지없는 김범석 의장의 성정(性情)을 다 받아주면서 눈에 들었고, 쿠팡 대표이사 자리까지 꿰찼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쿠팡은 강한승 대표에 오른 뒤 변호사를 집중적으로 뽑기 시작했습니다.
◇ 김범석의 이너서클, 변호사 보고 받고 주요 사안 결정
알파경제가 취재한 바로 변호사들은 쿠팡 각 사업부에 배치되고, 직급도 다양합니다.
눈에 띄는 건 다양한 직급일지라도 변호사들이 각 사업부의 모든 업무 내용을 취합하고, 분석·보고하는 업무를 도맡았습니다.
쿠팡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사업부장이 높은 직급일지라도 이너서클에 보고하는 사람은 해당 사업부에 배치된 변호사였다”
“보고 뒤 하달되는 가이드라인은 이견조율이나 협상보다 법적 조치였고 그에 따라 사업부 구성원들은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했다” 고 말합니다.
최근 MBC가 쿠팡의 블랙리스트 문건을 보도하고 소송을 당했는데요. 당시 MBC 측은 쿠팡에 아무리 질문지를 보내고 연락을 해도 홍보실은 묵묵부답이었다고 말합니다.
묵묵부답이었던 쿠팡 측은 기사가 나가고 몇 시간 뒤 MBC 법인과 해당 기자를 고소했습니다.
이 같은 고소에 언론계에서는 자사 문건을 가지고 보도한 기자를 고소하는 것은 한국의 언론 관련법이나 유사 판례를 몰라도 한참 모른다고 비판했습니다.
일단 손발 묶어놓고 보자는 심산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쿠팡 내부 사정에 밝은 다른 관계자는
“모르긴 몰라도 취재가 시작되면서 홍보실에 배치된 변호사를 통해 이너서클이 즉시 보고 받았을 가능성이 크고 바로 MBC 고소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홍보실 직원들은 어떤 답변, 어떤 해명, 어떤 조율도 불가하다는 지침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습니다.
◇ ‘강성’ 헤롤드 로저스, 한국법에 미숙한 미국 변호사
쿠팡에서 주요 경영진으로 꼽히는 인물들은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거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 강한승 쿠팡 대표, 헤롤드 로저스 최고행정책임자(CAO) 등입니다.
앞서 언급한 김범석을 둘러싼 이너써클, 다시 말해 쿠팡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인 셈이죠.
쿠팡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김범석 의장이 등기이사를 내려놓고 쿠팡Inc 의장이 되면서 주요 지시사항은 이너써클을 통해 진행한 것으로 안다”
“특히 강성 대응은 헤롤드 로저스가 주장하고, 강 대표가 동의하면 김 의장이 승인해주는 방식이 유력하다” 고 말했습니다.
쿠팡 CAO 헤롤드 로저스라는 인물이 궁금했는데요. 미국 변호사인 헤롤드의 이력은 미국의 한 통신사에서 근무했다는 것 말고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통상적인 미국기업에 비춰볼 때 최고 법률 책임자(SVP chief legal officer) 정도 될 듯 합니다.
하지만, CAO라는 직책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한국의 사법시험이나 로스쿨 졸업을 통한 한국 변호사 면허는 없어 보입니다.
알파경제 취재 결과, 헤롤드 변호사가 주요 사안마다 강성 발언, 고소나 고발 등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헤롤드 변호사는 한국 실정법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란 궁금증이 발동했습니다. 이에 알파경제는 쿠팡 측에 수차례 관련 내용을 질의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총수인 김범석의 승인 없이는 쿠팡에 난무하는 고소·고발전을 설명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 고소고발 끝에 투입되는 쿠팡 사업부 사람들
여기서 재밌는 사실 한 가지가 더 있는데요. 전례가 없는 쿠팡의 변호사 중심 회사 운영에도 사업부 여타 구성원들이 투입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고소·고발이 무위로 끝났을 경우 ‘가서 해결하고 오라’는 지시가 가끔 떨어진다고 합니다. 고소·고발로 만신창이가 된 협력사에 해당 사업부 변호사가 아닌 사업부 현업맨들이 투입돼 쿠팡과 벌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사업부 사람들이 종종 회사를 떠난다고 합니다. 고소·고발보다 협상이나 조율로 일을 해결하자는 건의도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합니다.
강한승 대표도 최근에 관계 회복을 위한 시도를 했었죠. CJ그룹 승계에 중요한 올리브영을 공정위에 고발해서 ‘수천억 과징금을 받네 마네’ 만들어놓고 결국 무위로 돌아가자, 경영에도 참여하지 않는 손경식 회장에게 MLB 개막전 표를 안겨줬습니다.
CJ제일제당 대표 등도 동석해 강한승 쿠팡 대표와 나란히 MLB 개막전을 관람했고, 이를 놓고 화해의 제스처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었죠.
미국 현지 글로벌 기업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쿠팡의 변호사 중심의 사업 운영구조는 미국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쿠팡이 대기업 자본력을 활용해 찍어누르기식 고소·고발을 하는 강압적 태도라는 겁니다.
쿠팡과 거래하는 수많은 협력사, 이용 소비자, 노동자 등이 부당함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경우 이들이 앞장서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 고소고발, 미국 시장에 상장해서 어쩔 수 없는 일?
들려오는 얘기 중 하나는 ‘쿠팡이 뉴욕 시장에 상장해 회사에 대한 불미스러운 소식이나 일이 발생했을 때 강력 대응하지 않으면 투자자에게 소송을 당한다’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겁니다.
지난 2021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은 데뷔 당일 40퍼센트 가량 오르면서 시총 886억 달러, 우리 돈으로 시총 100조원을 기록했죠. 장중 주당 69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습니다.
2024년 3월 현재, 주당 17달러 시총은 316억 달러로 쪼그라 들었습니다.
주가방어를 위해 고소·고발이 난무했던 시간을 되짚어 보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은 이해하기 힘든 변명입니다.
지난해 쿠팡은 ‘이란 정부와의 불법거래 문제제기에 따른 보복성 해고 문제’로 소송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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