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영상제작국] 이재명 대통령의 현장 질책이 있은 후, SPC그룹이 48시간 만에 8시간 초과 야간 근무를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SPC그룹은 그간 '죽음의 빵공장'이라는 오명을 받아왔으며, 이번 조치가 3년간 반복된 산업재해를 근절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난 25일,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김범수 SPC삼립 대표에게 사고 시간, 장시간 근무 이유 등에 대해 34차례에 걸쳐 질문하며 강도 높은 질책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심야 장시간 근무가 사고의 근본 원인임을 지적하며, "일주일에 나흘을 밤 7시부터 새벽 7시까지 12시간씩 근무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경제 논리에도 깊숙이 관여했습니다. 12시간 근무 시 초과 근무 4시간에 대해 법적으로 150%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점을 언급하며, 8시간씩 3교대 근무가 인건비 측면에서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SPC 측은 기본급이 낮아 8시간 교대 시 총 임금이 부족하여 노동자 모집이 어렵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결국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SPC는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27일, SPC는 긴급 대표이사 협의체를 열고 8시간 초과 야간 근무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생산 시스템 전면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인력 확충, 생산 품목 조정, 라인 재편 등을 통해 10월 1일부터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생명을 귀히 여기고 안전 비용을 충분히 감수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바람을 전한 지 이틀 만에 SPC가 변화로 답했다"며 환영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SPC그룹에서는 그동안 알려진 기계 끼임 사고 외에도 과로로 인한 사망자가 3명 더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023년 SPC삼립 직원 1명, 2024년 파리크라상 직원 1명, 같은 해 샤니 직원 1명이 각각 뇌혈관 질환 또는 심장 질환으로 사망하여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주당 최대 70시간에 달하는 주야간 교대 근무자였습니다. 결과적으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SPC그룹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는 기존 3명에서 6명으로 늘어났습니다.
2022년 10월 SPL 평택공장 박선빈 씨, 2023년 8월 샤니 성남공장 50대 여성, 올해 5월 SPC삼립 시화공장 50대 여성이 모두 기계에 끼어 사망했습니다. 3건의 사망 사고 중 2건이 새벽 시간대에 발생했으며, 모두 12시간 장시간 근무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SPC는 2022년 첫 사망 사고 이후 안전 경영에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고, 2024년 말 기준 835억 원을 집행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고강도·위험 작업 자동화, 안전 설비 확충 등 하드웨어 중심이었고, 교육 훈련비는 4천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설비 교체가 아닌 교대 근무 개선, 적정 인력 배치, 안전 교육 강화 등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SPC 사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기준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75건 이상이지만, 1심 판결이 선고된 건은 36건에 불과하며, 이 중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최고 경영진의 책임이 대표이사 선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SPC의 전격적인 개선 발표에도 불구하고 실제 변화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개선을 약속했지만 사고가 반복되었던 만큼, 이번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됩니다. SPC는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고, 공장 가동 시간을 24시간에서 20시간 이내로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2027년까지 2조 2교대 비중을 20%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난관이 예상됩니다. 8시간 교대제로 전환하면서 인력 확충이 필요하지만, 근무 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감소 문제는 여전히 해결책이 없습니다. SPC는 "노조와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강력한 메시지가 일회성 쇼로 끝나지 않으려면, 10월 1일 시행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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