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경 헤매느라 전화 못 받았더니 해지”…늙고 병든 노인 내친 보험사

파이낸스 / 김지현 기자 / 2026-06-01 08:26:48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지현·박남숙 기자]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느라 전화를 못 받았는데 노후를 믿고 가입한 보험을 끊어버리다니 도대체 기업이 할 짓입니까? 억울해서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지난해 뇌경색으로 쓰러져 한 달 넘게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인 70대 김아무개씨. 거대 보험사가 병원에 있는 동안 전화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보험 재가입 의사가 없는 걸로 판단·계약을 해지하자 그는 분통을 터뜨렸다.

평생 피 같은 보험료를 냈건만 보험사는 고객이 가장 아프고 절박한 순간 매몰차게 생명줄을 끊었다. 

 

그는 "미쳐 실손을 준비하지 못한 노인들은 노후 실손 보험을 가입하고, 몇년간 보험료를 납입했다"면서 "자기부담금도 일반 실손보다 훨씬 크고 지급기준도 다르지만, 큰일이 발생했을 때 든든한 도움이 될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2021년 이전에 ‘노후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노인들이 억울하게 보험을 빼앗기는 일이 잇따른다.

이윤에 눈이 멀어 늙고 병든 약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거대 자본이 횡포를 부리고 있다. 

 

(사진=제미나이 AI 생성)


알파경제가 확인해 보니 보험사들은 과거 상품 약관에 치명적인 독소조항을 몰래 심어뒀다.

3년마다 ‘재가입’ 절차를 밟을 때 한 달 동안 고객과 연락이 닿지 않으면 보험사가 계약을 마음대로 해지한다는 내용이다.

더 악랄한 점은 보험사가 고객을 철저히 속였다는 사실이다. 보험사는 가입할 때 ‘연락 수신 동의’를 따로 받으면서도 이를 거부하면 나중에 연락 두절을 이유로 보험 재가입이 안될 수 있다는 사실을 쏙 빼놓고 설명하지 않았다.

노인 가입자나 대리로 가입한 자녀가 이를 흔한 스팸 전화나 마케팅 문자로 여겨 거부하기 일쑤라는 점을 철저히 악용했다. 보험사가 뻔뻔하게 설명 의무를 팽개쳤다.

정작 가입자가 큰 병을 얻어 병상에 눕거나 의식을 잃어 전화를 못 받으면 보험사는 해당 약관을 핑계로 매정하게 계약을 잘라버렸다.  

 

(사진=제보자)


고객이 건강할 때는 다달이 쌈짓돈을 챙기다가 늙고 병들어 보험금을 내어줄 처지가 되자 합법을 앞세워 ‘고위험군’을 솎아낸 셈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가 벌인 구조적 약탈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현조 하늘손해사정법인 대표는 “생존권이 걸린 계약 필수 조건을 마케팅 동의 조항에 교묘하게 숨긴 짓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보험사가 제 손해를 줄이려고 정보에 어두운 늙고 병든 노인들의 뒤통수를 친 악질적인 금융 폭력”이라고 꼬집었다.


(사진=연합뉴스)

비판을 우려한 보험사들은 2021년 약관을 고쳐 해당 조항을 슬그머니 뺐다. 하지만 과거 가입자들은 여전히 언제 쫓겨날지 모른 채 불안에 떨고 있다.

보험사가 제 잇속만 챙기며 발뺌하는 사이 자신이 억울하게 보험을 빼앗긴 줄도 모르는 숨은 피해자가 부지기수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뒷짐만 지고 있던 금융감독원도 뒤늦게 상황파악에 나설 태세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과거 보험사가 상품을 팔면서 설명 의무를 저버리고 부당하게 계약을 깬 행위가 있다면 사실관계 파악한 뒤에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알파경제 박남숙 기자(parkns@alphabiz.co.kr)

알파경제 김지현 기자(ababe1978@alphabiz.co.kr)

주요기사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사흘간 거래대금 28조 육박…개미 절반은 단타
[개장] 美 증시 사상 최고..이번주 고용지표 주목
공정위, AI 가상인물 광고 표시 의무화 해야
5월 은행권 신용대출 2.6조 폭증…주담대 증가액의 100배
법원, 코인원 영업 일부정지 처분 효력 중단…3대 거래소 모두 제동
뉴스댓글 >

건강이 보이는 대표 K Medical 뉴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