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알파경제 유튜브) |
[알파경제=영상제작국]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서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116억원 규모 부적절한 사택 제공 등 금융권 내부통제 시스템 붕괴 사례가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적발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해관계자 간 부당거래 방지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기업은행, 임직원 짬짜미에 은폐 의혹까지
금감원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최근 금감원 검사사례'를 공개했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은 퇴직 직원을 중심으로 '내부자 카르텔'을 형성해 대규모 부당대출을 일삼아왔습니다.
이번에 확인된 부당대출 규모는 당초 기업은행이 금감원에 신고한 240억원을 크게 웃도는 882억원(58건)에 달합니다.
기업은행에서 14년간 근무 후 퇴직한 A씨는 부동산 시행업을 하면서 기업은행에 재직 중인 배우자(심사역), 입행동기(심사센터장, 지점장) 등과 공모해 785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받거나 알선했습니다.
A씨는 2017년부터 약 7년간 대출 관련 증빙이나 자기자금 부담 여력 등을 허위로 작성하고, 은행 내부 관련자들은 이를 공모·묵인하며 총 51건의 부당대출을 실행했습니다.
이 외에도 심사센터장 B씨는 자신의 처형을 거래처 법인 대표로 앉히고 입행동기인 지점장에게 대출을 신청하도록 한 뒤 본인이 이를 승인해 총 27억원의 부당여신을 취급했습니다.
B씨는 그 대가로 처형 급여 계좌를 통해 약 2년 6개월간 9800만원을 수수하고 해당 법인의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골프비 등으로 사용했습니다.
특히 기업은행 내부에서 비위행위 조사를 담당하는 부서가 임직원들의 부당행위를 제보받고도 사건 은폐와 축소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담당 부서는 관련 비위 행위를 확인했음에도 금감원에 사고를 허위, 축소, 지연보고 했다"며 "금감원 검사 기간 중에도 부서장 지시로 직원 6명이 271개 파일 및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검사를 방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여러 기록삭제 정황이나 관련자간 대화를 봤을 때 은행 차원에서 조직적 은폐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검사를 방해하거나 자료를 삭제하는 행위는 심각한 법 위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이번 사건으로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금감원 감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빈틈없는 후속조치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금융감독원 지적사항을 포함하해 업무 프로세스, 내부통제, 조직문화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쇄신책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지난해 2월 말 기준 부당대출 잔액은 535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17.8%인 95억 원이 부실화한 상태입니다. 향후 부실이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 빗썸, 사택 명목으로 임원들에게 116억원 특혜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는 내부통제 절차 없이 전·현직 임원 4명에게 임차보증금이 총 116억원 규모의 고가 사택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빗썸의 현직 임원 C씨는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본인 사용 목적의 고가 사택(임차보증금 30억원) 제공을 스스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빗썸은 전직 임원이자 현직 고문인 D씨가 개인적으로 분양받은 주택을 회사 사택으로 임차하는 것처럼 가장해 보증금 11억원을 D씨에게 지급했습니다.
D씨는 이를 개인 분양주택의 잔금 납부에 사용했으며, 이후 해당 주택을 사택으로 제공하지 않은 채 제3자에게 임대해 보증금 28억원을 수취했습니다.
이 수석부원장은 "가상자산 사업자는 아직 금융권에 편입되지 않아 금융 관련 법령으로는 규제받지 않지만, 주식회사로서 내부통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매우 허술하게 운영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빗썸 관게자는 알파경제에 "임직원 복지 증진 및 핵심 인력 유지를 위해 사택 지원 제도를 운영 중"이라며 "금감원 지적에 따라 사택 지원 제도 전반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자체 관리 감독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내부통제 강화 관점에서 여러 사내 제도를 다시 점검하고, 특히 이해상충 여지가 있는 사항은 더욱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농협·저축은행·여전사도 적발
금감원 검사결과 이해관계자 부당거래는 기업은행과 빗썸뿐 아니라 농협,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등 금융권 전반에 걸쳐 확인됐습니다.
한 단위농협에서는 10년 이상 등기업무를 담당한 법무사 사무장이 조합 임직원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매매계약서 변조 등의 수법을 동원해 총 1083억원(392건)의 부당대출을 중개했습니다.
해당 조합은 매매계약서, 등기부등본상 이상 징후가 다수 존재했음에도 대출 심사 과정에서 계약서 원본, 계약금 영수증, 실거래가 등의 확인을 소홀히 했습니다.
한 저축은행 부장은 PF 대출 등기업무 담당 법무사·사무장에게 PF 대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차주사의 자금조달 알선을 의뢰한 뒤 26억5000만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취급하도록 돕고, 그 대가로 214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습니다.
여신전문금융사의 투자부서 실장은 법인의 연계투자 40% 한도를 회피할 목적으로 친인척 명의로 3개 법인을 설립하고 자신을 사내이사로 등기한 뒤 121억원의 부당대출을 실행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 선언적 내부통제와 온정주의가 낳은 금융 부실
금감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금융권 이해관계자 간 부당거래가 빈발하는 원인으로 '선언적 내부통제'와 '온정주의적 조치'를 지목했습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윤리나 복무규정 등 내규를 통해 이해상충 방지의무를 선언적으로만 규정하고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는 등 내부통제 절차의 구체성과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해관계자 관련 부당행위가 발생하면 평판 저하를 우려해 사고를 축소하거나 온정주의적으로 조치하는 경향마저 보인다고 금감원은 분석했습니다.
이는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하는 이해관계자 거래 관련 내부통제 기준과도 큰 괴리가 있습니다.
BIS는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대주주와 임원뿐 아니라 주요 직원, 직원의 가족 및 직·간접적 이해관계자까지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해관계자 거래도 신용공여 외에 용역거래, 자산 구매·판매, 공사·임대계약 등을 포함해 폭넓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금융 관련 법규는 이해관계자를 별도로 정의하지 않고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 중심으로만 규율하고 있어, 임직원과 그 가족, 거래처 등과의 이해상충 방지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에 의존하는 구조입니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부당거래에 대해 제재 절차에 착수하고, 금품수수나 배임 등 범죄 혐의자는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오는 6월 말까지 금융권 이해상충 방지 등 내부통제 실태를 점검하고, 금융사 자체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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