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발진은 권고사직…DH솔루션 전환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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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배달의민족이 독일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의 로드러너 시스템 도입을 강행하면서 이미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독일로 송금한 데 이어 이제는 한국의 자체 개발 역량마저 해체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4월부터 일부 지역에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 개발 라이더 앱 '로드러너'를 시범 운영 중이다.
회사 측은 "시스템 효율화 차원의 테스트"라고 해명하지만, 업계에서는 자체 개발 역량 포기와 독일 본사로의 추가 수익 이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1조원 '독일 송금' 후 찾아온 새로운 수익 통로
딜리버리히어로가 2019년 배민을 인수한 이후 한국에서 빨아들인 자금 규모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 모회사에 4127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고, 2024년에는 537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했다.
총 9499억원이 실질적으로 독일로 넘어간 셈이다.
여기에 로드러너 도입이 현실화되면 새로운 수익 통로가 열린다.
업계는 로드러너 사용 시 본사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연간 5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실제로 요기요 운영사였던 위대한상상은 DH에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2022년 1709억원, 2023년 1187억원을 지급했으며, 이 중 522억원이 로드러너 사용 수수료로 추정된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불과 인수 3년 만에 투자금 회수에만 혈안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 소상공인들의 수수료와 라이더들의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수익이 고스란히 독일로 송금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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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촉구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열린 '배달비 수수료 문제 진짜 끝장내자 농성행동 개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실패한 시스템의 재탕, 라이더는 실험용 쥐?
로드러너는 이미 한국 시장에서 실패를 입증한 시스템이다.
요기요에서 사용됐던 로드러너는 라이더들 사이에서 "최악의 UI를 가진 빌런급 글로벌 라이더 앱"으로 악명 높았다.
현재 배민에서 시범 운영 중인 로드러너 역시 동일한 문제점들이 재현되고 있다.
새로운 앱 시스템은 라이더가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배달을 수행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사전에 배송 가능 시간대를 예약한 인원만 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제 한 라이더는 "스케줄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가 수입을 좌우한다"며 "자유로운 배달이 가능했던 과거보다 훨씬 불편해졌다"고 토로했다.
기술적 오류도 반복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배송 거리 측정 오류가 잦고 거리 할증이 정상적으로 정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독일에서 개발된 시스템을 한국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이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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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
◇ 한국 개발진은 권고사직…DH솔루션 전환 집중?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자체 개발 역량의 해체다.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4월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하고 있으며, 기존 퇴직금 외에 3개월치 급여를 추가 지급하는 조건을 제시한것으로 알려졌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DH 솔루션 전환하는데 리소스 집중하라고 명령했다"며 "DH 솔루션 전환 완료된 부서는 몰래몰래 권고사직 날리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로드러너 사용으로 개발자 업무가 줄어들면서 해당 인력에 대한 권고사직이 뒤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선 기술 주권 포기다. 그동안 배민이 국내 배달 앱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시장에 특화된 자체 기술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독일 중심의 글로벌 표준화를 강요하면서 이러한 경쟁 우위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매출은 4조3226억원으로 전년 대비 26.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408억원으로 전년(6998억원) 대비 8.4% 감소했다.
외주용역비 등 영업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독일 본사로의 추가적인 수수료 지급 통로를 여는 모순적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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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라이더가 배달 음식을 수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소상공인·라이더 희생 위에 쌓인 독일의 배
결국 로드러너 도입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식민지 경영' 완성판이라는 평가다.
한국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늘리고 라이더들의 근로조건을 악화시켜 얻은 수익을 독일로 송금하는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배민의 일련의 정책 변화가 고객 확보를 위한 전략이라기보다는 시장 지배력 확대를 통한 수익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보다는 단기적 수익 극대화를 통한 모회사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이번 로드러너 도입에 대해 알파경제에 "현재 테스트 과정일 뿐 도입 여부는 결정된 게 없다"며 "여러 가지 시스템을 테스트해보는 과정 중 하나"라고 밝혔다.
권고사직과 관련해서도 "모든 기업들이 케이스에 따라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며 "극소수에 한해서 진행된 것으로 전사적으로 인력을 줄이는 프로젝트나 흐름에 따른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권고사직과 시스템 전환 준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해명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국 배달 시장의 미래가 독일 자본의 수익 극대화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면밀한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