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꼬리표에 6년 공백… ‘올드보이’ 귀환에 KT 내부 “참담하다”
AI 전쟁터 나갈 장수 뽑는데, 선거판 기웃거리는 ‘정치꾼’이 웬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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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주형철 전 경기연구원장,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김종효 기자] “KT가 무슨 정치인들 경력 세탁하는 휴게소입니까?”
최근 만난 KT의 한 중간 간부는 차기 대표이사(CEO)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탄식은 과장이 아니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숏리스트 압축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유력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주형철 전 경기연구원장과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의 행보를 보면 ‘기업가 정신’보다는 ‘정치적 셈법’이 먼저 읽히기 때문이다.
우선 주형철 후보는 ‘몸’은 KT를 향해 있지만 ‘눈’은 콩밭(정계)에 가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정치권과 지역 정가에서는 그가 2026년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만약 그가 KT 수장이 된다면, 임기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선거판으로 떠나거나, 재임 기간 내내 본인의 정치적 체급을 키우기 위한 ‘치적 쌓기용’ 경영에 몰두할 공산이 크다.
KT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업계와 6G 패권을 놓고, 네이버는 물론 삼성전자 LG전자, 엔씨소프트와는 AI(인공지능)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다음 선거를 위한 ‘스펙 한 줄’ 쯤으로 여기는 인물이 과연 최고경영자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심사의 공정성이다. 현재 CEO 선임의 키를 쥐고 있는 김성철 사외이사와 주 후보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3학번 동기이자 ‘40년 지기 절친’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심판과 선수가 ‘막역한 친구’ 사이인 이 상황을 주주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이는 KT가 그토록 청산하려 했던 ‘이권 카르텔’의 전형이자, 이해상충의 끝판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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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김태호 후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그는 ‘박원순의 남자’라는 정치적 배경은 차치하고라도, 경영자로서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을 안고 있다.
그는 서울교통공사 사장 재임 시절 불거진 대규모 ‘친인척 채용비리’ 사태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했던 인물이다.
공기업의 공정 채용 시스템조차 지키지 못해 감사원의 질타를 받았던 인사가, 투명성이 생명인 민영 기업 KT의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그는 2019년 현직을 떠난 뒤 약 6년간 ICT 현장과 단절된 ‘야인’ 생활을 했다.
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지금, 6년 전 시계에 멈춰 있는 ‘올드보이’가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조와 내부 구성원들이 “비전문가 낙하산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KT는 이미 수차례 정치권 낙하산 CEO들이 남긴 상처로 신음해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검찰에 불려 다니고, 경영 연속성이 끊기며 경쟁력이 뒷걸음질 쳤다.
이번 선임마저 특정 정파의 보은 인사나 정치인의 경력 관리용으로 전락한다면, KT의 미래는 없다.
이사회의 어깨가 무겁다. ‘40년 지기 친구’를 챙기거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결정을 내린다면, 그 역풍은 이사회 전원 사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KT는 정치인의 놀이터가 아니라, 대한민국 디지털 주권을 책임지는 국가 기간통신 사업자다.
지금 필요한 건 선거판을 기웃거리는 ‘정치꾼’이 아니라, 목숨 걸고 기업을 살릴 ‘경영자’다.
알파경제 김종효 기자(kei1000@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