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롯데손보, 900억 채권 조기상환 놓고 정면 충돌…"요건 미충족" vs "상환 개시"

파이낸스 / 이준현 기자 / 2025-05-08 18:25:25
금융감독원 이세훈 수석부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롯데손해보험의 9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조기상환 추진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적기시정조치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8일 밝혔다.

롯데손보는 이미 상환 절차를 개시했다고 주장하며 양측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금감원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롯데손보가 당국 및 시장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조기상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매우 유감"이라며 "전례가 없는 일이라 당국으로서 당혹스럽고,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지급여력(K-ICS) 비율이 150% 미만으로 후순위채 조기상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작년 말 기준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은 154.6%지만, 이는 무·저해지보험 해지율에 대해 회사에 유리한 예외모형을 적용한 수치다.

원칙모형 적용 시 킥스 비율은 127.4%로 하락한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현행 감독규정은 후순위채 상환 후 킥스 비율이 150% 이상인 경우에만 조기상환을 허용하고, 150% 미만일 경우엔 다른 후순위채로 차환해야 한다.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제출한 올해 3월 말 기준 비율이 크게 하락해 150%에 현저히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예탁결제원은 롯데손보의 콜옵션 행사 승인 신청에 대해 금감원의 불승인 공문을 접수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롯데손보가 상환하고 싶다고 그냥 투자자들에게 돈을 내주는 구조가 아니다. 예탁원을 경유해 증권사 계좌를 통해 들어가야 하는데 예탁원은 상환 요건 미충족 이유로 집행을 해줄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롯데손보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상환을 위한 충분한 자금 여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8일 콜옵션을 확정적으로 행사해 공식적인 상환 절차를 개시했다"며 "콜옵션 행사를 연기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채권자들과 상환을 위한 실무 절차를 거치는 중이며, 수일 내 상환 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롯데손보는 "이번 상환은 회사의 고유자금인 일반계정 자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자 자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며, 계약자 보호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수석부원장은 "고객 재산을 관리하다가 문제가 생겨 일부를 충당해야 할 때 고유계정을 쓴다"며 "고유계정이니까 써도 문제없다는 인식은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처음 듣는 논리"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금감원은 "건전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계약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일반계정 자산으로 후순위채를 먼저 상환하면 계약자 보호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관련 법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롯데손보는 금감원이 지난 2월 신규 후순위채 발행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롯데손보는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금감원이 정정신고를 요구해 실질적인 발행이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롯데손보는 2024년 가결산 수치가 내부적으로 산출됐음에도 2023년 3분기 수치만으로 1월 31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후순위채 발행예정일 하루 뒤인 2월 13일 당기 순이익이 91% 감소한 잠정실적을 공시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증권신고서에 무·저해지보험 해지율과 관련해 회사에 유리한 예외모형만 기재하고 대주주 인수계약서상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위험 등도 기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갈등의 배경에 계리 가정을 둘러싼 문제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금융 당국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과 관련해 원칙·예외 모형을 만들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사실상 원칙 모형 적용을 주문해왔고, 롯데손보는 국내 보험사 중 유일하게 예외 모형을 사용했다. 그 결과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은 원칙 모형 적용 시보다 27.17%포인트나 높게 나타났다.

이 수석부원장은 롯데손보가 재무적 투자자로 지배구조가 구성된 점을 언급하며 "배경을 확인할 수 없지만, 다른 보험사와 달리 재무적 투자자로 지배구조가 구성돼 있어서 증자하지 않고 단기적인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MBK파트너스 이슈에서 당국도 사모펀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고, 금융업에 사모펀드 등의 지배를 허용해야 하는지 관련해서 과거부터 많은 우려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롯데손보 재무상황 평가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신속히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작년 롯데손보 정기검사와 올해 2∼3월 수시검사를 통해 건전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경영평가실태 등급을 매기기 위한 평가를 실시했다.

경영평가실태 평가 결과 자본 적정성 부문의 평가등급이 4등급 이하를 받거나 분기 말 지급여력 비율이 100% 미만이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롯데손보가 지급여력비율 저하로 조기 상환 요건을 미충족함에도 일방적으로 조기 상환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법규에 따라 필요사항을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안이 개별 회사 건전성 이슈인 만큼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금감원은 "2022년 흥국생명 사례는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이 극도로 경색된 상황이었고 해외 발행 채권이었던 반면, 최근 국내 채권시장은 유동성이 풍부하고 롯데손보는 국내 발행 채권"이라며 "당분간 금융시장 및 채권시장을 밀착 모니터링하고, 특이사항 발생 시에는 시장안정조치로 즉각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롯데손보의 900억원 규모 후순위채는 대부분 증권사를 통해 개인·법인 투자자 등에게 리테일로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석부원장은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가능성과 관련해 "만약 후순위채 조기상환 조건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은 채로 판매됐다면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으므로 피해 발생 시 검사 등에서 확인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그룹 금융계열사 매각 과정에서 롯데손보를 인수한 이후 지속적으로 매각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매각 시도가 무산된 데 이어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상시매각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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