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외치는 내부통제 강화 총력…신뢰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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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한 수백억원대 부당대출과 관련 금융감독원에 4개월간 보고를 지연했다는 의혹에 대해 법 규정에 충실했다고 해명했다.
◇ "금융당국에 보고 지연 없었다" 항변
우리은행은 13일 금감원 보고를 4개월간 지연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우리은행 측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67조에 근거해 보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규정은 '심사 소홀 등으로 인해 취급 여신이 부실화된 경우는 이를 금융사고로 보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심사 소홀 외 뚜렷한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부실징후 여신에 대한 사후관리와 검사를 강화해 왔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2024년 1월 임모 전 본부장 및 퇴직 예정인 지점장급 이상 직원들의 대출 취급 내역에 대한 사후점검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부적정 취급 건을 발견 후 이 중 일부가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연관된 것으로 확인했다.
우리은행 측은 3월까지 1차 검사를 통해 신용평가 및 여신취급 소홀, 채권보전 소홀 등 임 전 본부장의 귀책 사유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월 인사위원회를 열어 임 전 본부장에 대해 면직 처리 및 성과급 회수 조치를 취했으며, 관련 직원 7명에 대해서도 징계를 단행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1000억원이 넘는 대출' 의혹에 대해서도 "우리은행이 검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파악한 바와 상이하다"고 해명했다.
우리은행 측은 9일 기준 관련 대출잔액이 총 303억원이며, 담보가용가 등을 고려한 실제 손실예상액은 82억원에서 158억원 규모라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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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
◇ 금감원 "616억원 대출 중 350억원 특혜 의혹"
앞서 지난 11일 금감원은 '우리은행 대출취급 적정성 관련 수시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2024년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616억원(42건)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다.
이 중 350억원 규모의 특혜성 부당대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454억원(23건) 규모의 대출을 받은 법인들의 전·현직 대표와 대주주가 모두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162억원(19건) 규모의 대출에 대해서는 손 전 회장의 친인척들이 직접 원리금을 대납한 정황이 포착돼 실제 사용자로 의심받고 있다.
금감원은 이러한 대규모 친인척 관련 대출이 손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와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이후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출 절차상의 문제점이다.
금감원 조사 결과 우리은행은 차주가 제출한 허위 의심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대출을 실행했으며, 담보가치가 없는 물건을 담보로 설정하거나 보증 여력이 없는 보증인을 내세워 대출을 진행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또한 본점 승인이 필요한 사안을 지점 전결로 임의 처리하는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금융관련 법령 위반소지 및 대출취급 시 이해상충 여부 등에 대한 법률 검토를 토대로 제재 절차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차주, 관련인의 허위서류 제출 관련 문서 위조와 사기 혐의 등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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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규 우리은행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100억원대 횡령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
◇ 또 외치는 내부통제 강화 총력…신뢰성은 의문
우리은행은 또다시 내부통제 강화를 외쳤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영업점에 대한 불시 검사를 확대 시행하고,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은행 업무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 12일 임원 회의에서 "무관용 원칙에 기반한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통해 정도 경영을 확고하게 다져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역시 "내부통제 작동 여부를 되짚어보고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내부통제 강화 실효성에 대해 금융권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4월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급 직원의 712억원 횡령 사건 이후에도 유사한 내부통제 강화 약속이 있었지만, 2년 만에 또다시 대형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영업점 불시 검사 확대 시행은 지난 7월 31일 영업점에 사전 안내한 내용"이라며 "또다시 사건이 터진 후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한 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700억대 횡령사고 이후 취임한 임 회장의 내부통제 혁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또다시 횡령과 전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등 대형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그동안 외쳐온 내부통제 약속의 실효성 역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부통제 시스템의 미비를 인정하며 "전날 임종룡 회장의 발언데로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기업문화 △업무처리 관행 △상·하간의 관계 △내부통제 체계 등 짚어봐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