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쉴더스 시절 매달 CEO 레터로 경영 공유..."실패도 자산" 심리적 안전감 조성
위기의 KT, 기술로 자존감 세우고 소통으로 상처 치유할 리더십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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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 (사진=SK쉴더스) |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KT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을 앞두고, 유력 후보인 홍원표 전 SK쉴더스 부회장에 대한 재계의 평가가 글로벌 기술 리더을 넘어 소통하는 휴머니스트로 확장되고 있다.
그가 걸어온 길은 화려한 숫자와 기술은 점철되어 있지만, 그 성과를 만들어낸 동력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섬세한 리더십에 있었다는 분석이다. 해킹 사태와 조직 분열로 신음하는 KT에, 홍원표의 따뜻한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다.
◇ 199명의 입학생을 기억하는 CEO... “숫자보다 사람이 먼저”
홍원표 후보는 SK쉴더스 대표 재직 시절, 탁월한 실적만큼이나 직원들과의 스킨십으로 유명했다. 그가 전 직원에게 보낸 CEO 레터는 단순한 공지사항이 아니라, 직원들과 나누는 교환일기에 가까웠다.
2025년 3월, 신학기를 맞아 그가 보낸 편지는 지금도 회자된다. 그는 두루뭉술한 축하 대신 “올해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구성원이 199명”이라며 정확한 숫자를 언급했다. 4천 명이 넘는 조직에서 직원의 가정사까지 챙기려는 그의 디테일은 구성원들에게 “회사가 나의 삶을 존중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줬다.
편지 말미에 베토벤의 봄 소나타를 추천하거나, “책상에 앉아 지난 1년을 명상했다”며 CEO의 고뇌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모습은 권위적인 회장님이 아닌, 함께 고민하는 선배의 모습이었다. 이러한 정서적 유대감은 회사가 어려운 긴축 경영이나 인사 제도 개편을 단행할 때도 흔들리지 않는 신뢰의 버팀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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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사이버 시큐리티 미디어데이'에서 홍원표 SK쉴더스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쉴더스) |
◇ “실패도 발표하라”...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 심리적 안전감
홍 후보는 조직 문화의 체질을 바꾸는 데도 능했다. 그는 과거 SK쉴더스 재인시절 성과 기념행사에서 성공 사례뿐만 아니라 실패 사례를 전사에 공유하도록 했다. 실패를 문책의 대상이 아닌 학습의 기회로 정의한 것이다.
이는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보신주의, 그리고 최근 해킹 사태로 인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분위기가 팽배한 KT에 가장 필요한 처방전이다. 홍 후보의 이러한 리더십은 직원들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부여하고, 두려움 없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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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내수 보안을 수출 효자로... KT의 자부심을 되찾을 글로벌 승부사
물론 그의 본래 캐릭터는 냉철한 글로벌 승부사다. 그는 직원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면서도, 비즈니스 무대에서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워 이겼다.
SK쉴더스 재임 2년 만에 해외 매출을 2배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성과가 이를 증명한다. 그는 “보안은 내수용”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AI 기술과 융합한 보안 플랫폼을 들고 직접 글로벌 빅테크와 담판을 지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 시절부터 축적된 그의 글로벌 세일즈 DNA이 유감없이 발휘된 결과다.
현재 KT 직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박탈감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되었다”는 패배감이다. 홍 후보는 이에 대해 “우리의 무대는 대한민국이 좁다”며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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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화문 KT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
◇ KT, 기술과 사람을 잇는 리더를 기다린다
업계 관계자는 “홍원표 후보는 KT의 출신을 알면서도 삼성그룹과 SK쉴더스를 통한 글로벌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며 “그가 가진 압도적인 기술 리더십이 KT의 기업 가치를 높인다면, 그의 섬세한 소통 리더십은 상처받은 임직원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하나로 묶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가운 AI 기술로 세상을 연결하고, SK 쉴더스 재임시절 직원들에게 전한 따뜻한 편지로 사람을 연결하는 홍원표는 위기의 KT가 기다려온 휴머니스트 테크노크라트의 귀환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알파경제 김교식 기자(ntaro@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