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증권사 CFD계좌 개설이 범죄 행위인가...금융위 CFD계좌 전수조사 선언, 왜?

인사이드 / 박남숙 기자 / 2023-05-11 17:33:22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에서 CFD 계좌 3400개에 대한 전수조사를 예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박남숙·김상진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배경으로 지목된 증권사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2% 하락한 2491.00로 마감했습니다.

지수는 전장보다 0.36% 오른 2505.57에 개장한 뒤 장중 2510대까지 올랐지만, 금융위원장 CFD계좌 전수조사 발표와 거의 맞물려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사진=금융위원회)


◇ 금융위, 2019년 돌연 CFD 요건 확 낮췄다

지난 2019년 금융위는 CFD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투자상품 잔고 5억원, 연소득 1억원 이상 또는 재산가액 10억원 이상이었던 요건을 확 풉니다.

바뀐 CFD 요건은 금융투자상품 잔고 5000만원, 연소득 1억원 이상 또는 재산가액 5억원 이상 또는 전문성을 갖춘 경우로 변경됐죠.

이 때문에 SG증권 CFD발 주가 폭락사태에 대한 금융위의 책임론이 거셉니다. 특히 CFD에 투자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 요건을 완화한 탓에 이번 사태가 커졌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다시 말해, 규제당국인 금융위가 CFD 시장 규모를 키워 놓고 위험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입니다.

이정민 평판체크연구소장은 알파경제에 “해외에서 CFD는 성행하는 주식투자 상품이나 투기성과 불투명성을 가지고 있어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범죄에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습니다.<2023년 4월 28일자 [평판] ⑳CFD발 폭락사태, ‘증권사·중개인’ 손해 거의 없다...매매 맡긴 투자자만 쪽박 보도 참조>

이 소장은 이어 “구체적으로 CFD는 높은 수준의 위험한 투자를 감행하는 차입 단기 투자 상품으로 투기에 속하기 때문에 금융위의 CFD 요건완화 정책 결정은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H투자컨설팅업체 라덕연 대표, 임창정 (사진=연합뉴스, YES IM 엔터테인먼트)

 

◇ SG증권 CFD발 주가폭락 사태 본질은 주가조작

라덕연 등 주가조작 세력들은 주로 유통주식 수가 적어 주가 등락 폭이 크게 후대 승계를 앞둔 자산주를 노렸습니다.

대성홀딩스와 삼천리, 서울가스, 선광, 세방,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등 8개 종목이 바로 '먹잇감'이었는데요.

이들 세력은 투자를 일임한 투자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주식 계좌를 만들어 통정매매로 주가를 끌어올려, 투자 수익률이 30%가 넘으면 정산해 주고 다른 투자자를 끌어들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국거래소가 2020년 1월 2일부터 최근까지 8개 종목의 최저가와 최고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충격적입니다.

일 예로 대성홀딩스는 2020년 2월 24일 7550원에서 지난 3월 30일 13만9000원으로 1741.06%나 폭등했습니다.

다우키움그룹 회장 김익래가 600억원 가량의 차익을 실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던 다우데이타는 1220.53%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이 집단은 연예인과 의사, 변호사 등 일명 사회지도층으로 불리는 투자자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고액 자산가들이 이용하는 장외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를 이용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실패한 주가 조작이라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흐려질 조짐마저 보인다”고 지적한 뒤 “SG증권 CFD발 폭락사태와 주가조작 사건의 진상보다 등장인물의 일거수일투족이 더 눈길을 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가조작 주범의혹의 라덕연이나 라덕연과 친분이 두터웠던 가수 임창정, 가수 박혜경, 600억원대 차익을 거뒀던 다우키움그룹 회장 김익래까지 피해자를 자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 증권 본사에서 열린 '퇴직연금사업자 현장 방문 및 간담회'에 참석해 SG 증권발 사태와 관련 불공정 거래에 대한 엄정한 대응을 예고했다. (사진=연합뉴스)


◇ 이복현 “모든 종목, 잠재적 범죄자 취급 안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기자들에게 “특정종목에 대한 상승과 하락이 있다고 해서 모든 종목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다룰 순 없다”며 “금감원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책기관으로서의 성격이기 때문에 모든 것들을 범법자 내지는 위법의 시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CFD는 현물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자산의 진입가격과 청산 가격 간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인데요.

CFD는 개인이 국내 증권사와 계약을 맺으면, 이 증권사는 다시 외국계 증권사에 대리를 맡기는 형식이어서, 투자 주체가 노출되지 않아 유명 고액 자산가들이 관심을 가져온 투자방식으로 유명합니다.

언급했듯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9년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CFD 시장으로 개인 투자자 진입이 용이해졌고 '괴물 같은' 주가조작 집단이 탄생하게 된 배경으로도 작용했죠.
 

이원석 검찰총장은 3일 SG발 주가 조작 가담·수혜자 색출과 엄정 처벌을 지시했다. (사진=연합뉴스)


◇ 검찰의 칼날, 금융위를 향하나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3일 대검찰청에서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에게 “주가 조작 가담 세력과 부당 이득 수혜자를 철저히 색출해 엄정하게 처벌함으로써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더는 훼손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정치권·법조계 등에 따르면 국내 사정 기관들은 SG발 주가 폭락 및 조작 사태와 관련해 향후 금융위에 대한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SG증권 CFD발 주가 폭락사태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 금융위까지 추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문제가 된 8개 종목의 주가가 수년간 상승하다 폭락하는 동안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금융위가 주가조작 제보를 받고 독자적인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실수나 고의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등에게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도 수사 대상입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과, 금융감독원 수사·조사 인력이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하기도 했죠.

한치호 NBNtv 수석 전문위원은 “금융위가 주가조작 수사 주체이면서 수사 대상이 되는 황당한 상황에 처한 것 같다”면서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CFD계좌 전부에 범죄 의심혐의를 씌우는 전수조사 카드를 꺼낸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알파경제 박남숙 기자(parkns@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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