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 가전전시회인 CES에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2년 연속 참가했다. CES는 가전 박람회로 출발했지만, 기술 중심의 전시회로 확장되고 있다.
기술 발전이 단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웹기반 융복합으로 바뀌었고, IT기기의 개념도 가전제품을 넘어 모빌리티 디바이스까지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2022년부터 CES에 참가했다. 과거에도 건설장비 업체들의 참가는 있었지만, 중후장대 산업재, 조선업체인 HD현대의 참가는 유일했다.
정기선 사장이 직접 CES에 참석한 건 큰 의미가 있다. CES에서 운송 모빌리티 분야가 육상에서 해상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 정기선 사장의 주요발언, HD현대의 미래 방향성을 엿보다
HD현대는 올해 CES에서 에너지 위기, 산업 전반의 비효율성과 기후 변화 등 도전적 환경에 대해서 주제발표를 했다.
특히 전세계 해상운송은 오는 2050년까지 3배 이상 증가하고, 무역의 약 90%가 바다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바다에 24조 달러의 미탐사 자원이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는 재생가능 에너지원, 소형 선박의 지능형 네트워크 플랫폼, AI기반 자율항법, 소형 모듈형 원자로 및 연료전지와 같은 미래 에너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도 내놨다.
정기선 사장은 이 자리에서 “HD현대는 암모니아, 수소의 LNG 혼소 추진, 연료전지, SMR 등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선박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스마트한 선박 건조를 넘어 그간 쌓아온 빅데이터를 적용해 전세계 모든 선박의 위치정보, 설계, 센서, 해양 기상정보 등을 접목한 선박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또 “자율운항 시스템을 레저보트 시장에 적용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밸류체인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 HD현대, 미래 조선업이 가야할 방향성 3가지
HD현대는 올해 CES에서 마린테크라는 새로운 영역을 추가했다. 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운송 모빌리티로 확장한 것이다.
CES에서 정기선 사장은 ‘바다(Ocean)’라는 아젠다의 구체적인 배경을 설명하면서 조선해양에 대한 미래를 전망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선박 운항 효율성, 한국조선해양과 현대글로벌서비스의 기술 수준, IMO 환경규제 및 대응, 기술적 흐름과 CES 참가의 의미, 기술 중심의 패러다임 변화 등을 설명했다.
HD현대는 향후 선박의 복잡도가 증가해 기술 기반의 조선소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기술 중심의 조선사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HD현대는 한국조선해양은 기술 분야에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HD현대는 과거 조선사들이 연결성이 떨어지는 다방면에 투자를 했다면, 현재 투자는 조선해양 분야의 점유율 확대와 비즈니스 확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기선 사장은 한국조선해양의 투자 방향성에 대해서 “한국조선해양은 기술 중심의 회사로 가고 있다”면서 “연구개발(R&D)와 인수합병(M&A)의 두 가지 방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로 돈을 버는 회사가 되고 있고, 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면서 “경쟁국의 추격을 따돌릴 방법은 친환경, 디지털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HD현대, 기술 중심의 변화에 앞장…조선업 선도할 것”
이동헌 신한금융증권 연구원은 “단순한 선박을 만들던 시절에는 기술 투자의 중요성이 떨어졌다”면서 “조선업 호황 시절에 조선사들은 넘쳐나는 현금을 주체하지 못해 풍력, 태양광, 수소, 부동산 등 다방면의 투자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빛을 보고 있는 LNG DF, 선박 에너지 효율화, 선박 제어시스템 등과 같이 본업에 대한 투자들이었다”면서 “과거 조선업은 공급 과잉의 끝물에서 더 이상의 공급 증가가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요와 공급이 균형점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면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국 조선사들의 선전이 예상되고, 그 중심에는 조선업이 기술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알파경제 김상진 기자(letyou@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