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CS사태로 신종자본증권 우려...'뱅크런→본드런'

인사이드 / 이준현 기자 / 2023-03-22 09:31:16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스위스의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부실 후폭풍이 채권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UBS가 CS를 인수하면서 CS 주식은 사주되 CS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AT1)은 상환하지 않기로 하면서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한 연기금, 운용사, 보험회사 등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됐다.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이번 사태가 뱅크런에서 본드런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불거졌다.

 

UBS. (사진=연합뉴스).

 

 

◇ CS의 코코 본드 전액 상각 결정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UBS는 시가총액 약 80억달러에 해당하는 CS를 약 32억달러(30억 프랑)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 조건으로 스위스 중앙은행이 최대 1000억 프랑의 유동성을 UBS에 제공하고 정부는 CS의 잠재적 손실에 대해 최대 90억 프랑의 보증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그러나 문제는 CS가 UBS에 인수되면서 CS의 170억달러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완전 상각이 결정된 것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일명 코코 본드 (Contingent Convertible bond, 조건부 자본증권)로도 불리운다.

코코 본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자본을 보강하기 위해 발행이 시작된 조건부 채권으로 성격은 채권이지만, 은행의 자본 수준이 특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 투자자의 동의 없이 주식으로 전환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CS의 CET1(보통주자본)비율은 14.1%로 스위스 금융당국의 요구 자본 조건인 9.3% 및 코코 본드의 상각 조건인 7%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CS의 신종자본증권이 전액 상각 처리된 것은 자본 비율에 상관없이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신종자본증권의 도입과 발행 취지를 감안한다면 이번 사태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관례상 채권 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주주들보다 우선되어 왔는데 이번에는 주주 가치를 일부 보전했음에도 채권 가치를 우선 소멸시키고 있어 채권 투자자들에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분석했다.
 

국내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현황

 

◇ 글로벌 신종자본증권 2750억달러...본드런 가능성도

이번에 상각된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지난 2017년 스페인 포플라 은행의 신종자본증권 상각 규모 대비 10배 이상이다.

헤지펀드와 자산 운용사들이 CS 신종자본증권을 대량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시장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지난 20일 아시아 은행의 신종자본증권 가격이 급락했으며 신종자본증권 보유 물량이 많은 일부 은행주 주가가 폭락했다.

WSJ에 따르면 글로벌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2750억달러에 육박한다. 이 규모의 채권이 위협받는다면 신종자본증권의 대량 투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영주 연구원은 "한번 이슈가 불거진 이상 향후 신종자본증권의 고유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비용이 요구될 것"이라며 "또 안전 자산 선호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 시 고위험군 회사에 대한 투자는 더욱 빠르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크레디트 스위스 (사진=크레디트 스위스)

◇ 차츰 안정화...국내 금융권 직접적 우려 제한적

글로벌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자 유럽중앙은행 (ECB), 유럽은행감독청 (EBA), 단일정리위원회(SRB, EU 내 부실은행 정리 담당 기구)는 공동성명을 통해 "EU의 프레임워크는 문제가 있는 은행의 주주와 채권자가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순서를 확립한 바 있으며, 보통주식이 손실을 가장 먼저 흡수하고, 이것이 완전히 이행된 뒤 신종자본증권 채권을 상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BOE도 "신종자본증권 채권 보유자들은 파산 시 정해진 청산 순위에 따라 손실이 노출될 것"이라고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채권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CS가 신종자본증권을 전액 상각 처리했다는 점에서 코코본드의 투자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스위스 은행인 UBS와 CS, 그리고 자산 건전성이 나쁜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코코본드는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특히 국내 금융권의 경우 부실 우려가 낮고 자본비율이 규제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데다 상각 요건 등에 차이가 있어 직접적 우려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지속적으로 발생금리가 상승하는 환경에서 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보여 자금조달 비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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